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머어언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 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 혔네.

한명희 작사 장일남 작곡의 이 가곡을 듣다 보면 가사나 곡이 나도 모르게 깊은 애상에 잠기게 한다. 특히 6.25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는 다 그러할 것이다. 전쟁 속에 포성과 비행기 폭격의 그 공포감 그리고 잠시 포성과 폭격이 지나간 후에 매캐한 초연과 뿌옇게 뒤덮인 먼지, 여기저기 파괴된 흔적과 부상병 들의 신음소리와 후송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기약 없이 떠나가던 피난길, 이 모든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도 올 해로서 63주년이 되었다. 그 당시 초등 학교 3~4학년 이상이었던 사람들은 6.25전쟁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지금의 나이로 본다면 69~70 세 이상 정도 된 연령층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에 6.25전쟁을 직접 보고 체험한 인구 층은 60대 후반의 노인층으로 쉽게 답이 나온다.

그 이하의 연령층은 어른들로부터 얘기를 들었거나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3년여의 전쟁을 치루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남기고도 통일도 못한 채 분단국가로 남아 지금도 전쟁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휴전이후 60년간 겉으로는 전쟁이 없어 평화를 유지하고 풍요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점점 희박해 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중·고생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보 안전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 의 43.2%로 10명 중 4명꼴이었다.

또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되 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청소년은 48.7%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였고 나머지 2%는 남한이라고 답하였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안보의식이 낮은 것은 6.25전쟁을 직접 체험 못한 것이 첫째 원인이겠지만, 안보 교육의 실효를 못 거둔데도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날, 3.1절이나 6.25사변 일, 8.15광복절에는 어김없이 학교에서 전교생 전교직원이 운동장에 모여 기념식을 했었다. 물론 어린 학생들은 귀찮게 여겼겠지만, 이런 행사가 해마다 이뤄졌고 그밖에 글짓기, 그리기, 웅변대회도 수시로 실시하는 관계로 그 의미와 정신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었다.

또 학교에서 수업을 통한 학습은 물론, 시험에도 출제가 되곤 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인가 이런 기념식이나 이에 관련된 행사들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아마도 지금 학생들에게 3.1절 노래나 6.25의 노래, 광복절 노 래를 아느냐는 질문을 하면 몇% 나 안다고 답 할 것인지? 또 학교 교육과정에서 국사 과목이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어 졌다.

6.25가 북침이 아니라 남침이라는 정치인도 있고 그렇게 가르치는 교사도 있다. 휘날리는 모양의 인공기를 당기로 만든 정당도 있다.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핵무기를 만들고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어 실험하고 발사하며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안보 의식은 한시도 해이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63년 전 조국을 위해 산화한 넋을 기리는 뜻이 담긴 노래 ‘비목’을, 이 6월에 부르며 강원도 화천 백암산 계곡 돌 무덤에 외로이 꽂혀 있는 이름 모를 비목의 사연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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