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동서양을 대표하는 역사책들이 있다. 서양에는 그리스의 역사학자인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40년경에 ‘역사’라는 책을 썼는데 모두 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은 아시아와 유럽의 관계에서 시작하여 페르시아 전쟁까지를 담고 있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여 자신이 지중해와 흑해 지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하였는데 서양에서는 그를 ‘역사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가 자신의 고향인 노나라의 역사서를 편찬했다. 기원전 722년에서 479년까지 약 242년 간의 노나라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에는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자의 춘추라는 역사서로 인해 춘추전국 시대라는 용어가 생겨나게 되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저술한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고 동시에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역사가의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역사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의 삶과 미래의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의 심성은 시간을 넘어서서 비슷한 심리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 생존의 본능, 이익을 추구하는 본능, 누군가에게 자신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 등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역사서를 말하라면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라고 말 할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가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단순한 역사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상황에서 드러난 인간의 본성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기 중 ’화식열전‘에서는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富者.人之情性)”라고 묘사하고, 이것은 현자나 관리나 악당이나 모두 그 심성이 같다고 말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 사이의 덕담으로 하는 “부자 되세요” 라는 말을 2천년전 사마천은 이미 말했다. 

사마천의 사기는 기원전 91년에 완성되었는데 약 13년의 시간을 들여서 저술된 것이다. 그의 일생이 고스란히 이 책을 쓰는데 녹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기는 12개의 본기(本紀)와 30개의 세가(世家), 70개의 열전(列傳), 10개의 표(表), 8개의 서(書)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52만 6천자라는 방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고 중국의 신화(神話)시기부터 시작하여 한나라에 이르는 역사를 기록하였다. 

그가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개인의 인생사도 관계가 있다. 그는 기원전 145년에 출생하여 기원전 87년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는 열 살때부터 고문서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아버지가 역사를 기록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이후 스무살이 되었을 때 중국의 다양한 지방을 여행하면서 자료들을 수집하였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역사를 기록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흉노에게 항복한 이릉이라는 장군을 변호하다가 한무제(漢武帝)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투옥되었다. 이릉의 전 가족은 모두 처형되었고 사마천은 더 이상 남자의 구실을 할 수 없는 궁형(宮刑)을 받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고통과 모멸감 속에서도 구차하게 보이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중국 최고의 역사서인 사기를 완성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사기는 이렇게 우여 곡절을 통해 지금까지도 전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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