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록새록 봄은 동심을 부르며 온다. 울긋불긋 꽃대궐이 펼쳐지고 버드나무 뿌리에서 물을 밀어 올린다. 그리고 봄비가 내렸다.
아침 라디오에서 ‘도레미 송’이 들려 퍼진다. 어린 시절 따라 들어가 부른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또 보고도 지루하지 않던 그토록 영화와 음악에 매료된 때가 있었다.
마리아와 일곱 아이들, 마리아는 음악을 사랑하는 견습 수녀이다. 말과 표정과 기타를 치는 몸짓이 명랑하고 사랑스럽다. 폰 트랩 대령의 저택 창문 커텐을 와락 찢어 편안한 놀이복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입혔다. 오스트리아 정원의 대 자연속에서 노래와 율동으로 나를 둥둥 두드리며 깨웠다.
음악은 사랑이 되어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고, 도레미 송은 나라를 빼앗은 나치 동굴에서 나와 자유의 산맥을 오른다.
초등시절 음악 교과서 표지엔 고깔모자를 쓴 소년이 어깨에 북을 메고 한 손으로 북채를 들고 치는 그림이 있다. 펼친 내용은 오선지 위의 일곱 음계와 어렵기만한 음표들이었다.
흰 바탕에 콩나물 모양과 몇 개의 꼬리들을 기억한다. 풍금을 잘 치셨던 나의 엄마는 달력을 찢어 이면지에 다섯 개의 긴 선을 그렸다. 그 선 위에 계단 높이 차례대로 음표들을 그려 벽에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일러 주셨다.
높은음자리와 십육분음표와 사분쉼표, 되돌림표 내림표들이 내겐 마치 춤을 추듯이 다가왔다.
이 음계들이 멜로디를 타고 세상을 둥둥 울려준다. 말보다 더 큰 말로 살아 표현한다.
도, 사슴 중에 암사슴
레, 황금색 태양 빛
미, 내가 나를 부르는 이름
파, 달리기 아주 먼 길
솔, 실을 꿰메는 바늘
라, 솔 다음에 오는 음
시, 잼 바른 빵과 마시는 차
다시 도로 돌아가서 도!
-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