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장막이 걷히고 입춘의 문턱을 넘어 선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침기온이 가끔씩 영하의 기온을 나타낸다.

4월이 되면서 양지쪽 개나리들이 고개를 들고 웃기 시작 했다.

노란 산수유 꽃이 가장 먼저 얼굴을 내 밀더니 하얀 매실 꽃이 뒤를 이어 미소를 띠기 시작했고, 곧 이어 울긋불긋 온산에 진달래가 만발 할 조짐이다.

길가 벚꽃들이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 낼 것이고 거리엔 사람의 꽃이 만개하여 미소와 행복에 찬 세상의 풍경이 전개 될 것이다.

그 지경에 이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온 천지가 꽃 세상으로 변할 것이 자명하다.

아울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새로운 삶을 기획하고 개척 하는데도 큰 일조를 할 호시절이 될 것이 틀림없다.

꽃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생의 정서를 뒤 흔들어 놓을 계절이 다가 온 것이 분명하다.

주말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긴 겨울동안 방안에 가두었던 화분들이 줄줄이 베란다 난간위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거실한편을 가득 메웠던 크고 작은 화분들부터 창틀 위에 걸터 앉아있던 다육이들과 이층 방 하나를 가득 메웠던 화분들을 해가 만발한 베란다로 모두 옮기는데 이틀을 소진했다.

그리고 아내는 온전히 겨울을 나지 못하고 고사한 식물들과 빈 화분들을 들러 엎어놓고 그 틈 사이에서 분갈이를 시작했다.

혹 고사 되었거나 기형이 된 화분들을 가차 없이 쏟아 내서는 새로운 작품으로 하나 둘씩 거듭 내고 있다.

어느 것은 그냥 그대로 두어도 좋을듯 한데도 아내의 눈에는 거슬림이 있었는 듯 여지없이 탈바꿈을 시켜 새 모습으로 재탄생 시키는 과정을 바라보면서 우리 사람들의 인생도 저렇게 화창한 봄날을 맞이하여 지난날들의 그릇된 상념들을 가차 없이 쏟아 버리고 새롭게 변신하는 분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 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을 성패와 관계없이 아집으로 일관하다가 결국에는 패하고 마는 오만한 생각이나, 어제가 그랬듯이 내일도 그럴 것 이라는 준비 없는 시작 같은 오판들도 화창한 봄날 저 화분들처럼 과감하게 분갈이 하여 새롭게 재탄생 되는 순리를 거울삼고 싶다.

본격적인 꽃의 계절 4월이다.

유난히 화창한 봄날을 기하여 하얗게 부서지는 벚꽃 길을 거닐며 산기슭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진달래 철쭉들을 롤 모델로 삼아 항상 밝고 명랑하며 아름다움을 간직한 개나리의 추억과 연분홍빛 복숭아꽃처럼 예쁜 희망으로 가득 찬 봄날 같은 생각들로 인생의 계절 분갈이를 해 보는 것도 참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참 비움이란 곧 새로운 탄생의 초석이 된다는 분갈이의 교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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