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片花飛減却春

꽃잎 한 점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들건만

두보의 시 “曲江二首”첫 행이다. 

사월은 꽃의 시간이다.

어디를 가나 각양각색 꽃이 피고 귀여운 새가 노래를 부른다.

봄꽃의 시작은 들판과 경작지 주변 어디에나 새끼손톱 반 정도 크기 하늘색 봄까치꽃(큰개불알풀)으로 시작된다.

꽃말이 ‘기쁜 소식’이라고 하니 삭막한 들판을 거닐다 보일듯 말듯 피어난 작은 꽃이 보석 같다. 

계절은 자연의 시계에 맞춰 변함없이 돌아간다.

노란 산수유 가지 사이를 오가며 노니는 직박구리 모습이 한가롭다.

한가로이 시간 속을 유유히 걸어본 기억이 없다.

쫒길 일도 아닌데 스스로 쫒기며 조급하게 살아가다 봄이 되면 무심코 바라본 허공 형형색색 꽃과 마주친다.

때가 되면 세상은 저렇게 아름다움을 주는구나, 독백하며 허허 웃어본다.

고덕 신도시 개발을 시작으로 평택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높은 수직 건물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꽃과 풀과 나무와 새들의 평화롭던 영역이 파괴되고 인간 위주 개발에 자연과의 공존은 멀어져가고 있다.

콘크리트 사이를 뚫고 나온 민들레나 보도블럭 틈에 하얀 냉이꽃도 눈물겹게 귀하다. 

지구 자정 작용 시간도 진행형이다. 살기 위해 ‘자기 방어 능력’을 하는 지구를 응원한다.

빙하가 녹는 것이 원인이라 하지만 그것도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고 겸손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다.

그 보복은 뼈아픈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낮아지고 순응하는 법에 익숙해야 한다. 

살기가 어려워지니 사람들은 시를 노래하지 않는다. 심지어 시가 무엇인지 시인이 있었는지 시집을 들고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며 사월을 찬양하던 순간도 잊고 산다. 

마음이 윤택하던 시간을 불러오고 싶지만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만이 사람들의 단순한 활동이 되었다.

지혜와 성찰과 어떤 혜안과도 조율하지 않는 삶, 인간만이 가진 고유 인격(person)도 고갈될 위기다.

분노와 불안과 불이해가 무성번식 하여 사람과 사람사이를 부딪히고 깨지게 한다. 

벚꽃이 곧 화르륵 터질 기세다. 

꽃잎 한 점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든다는데, “수만 꽃잎 바람에 흩날리니 내 시름 겹도다”고 노래한 두보의 마음과 일맥상통함 느낀다.

귀한 봄날이다.

눈부시고 찬란한 이봄 한 발 물러서서 흩날리는 벚꽃비와 조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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