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법률사무소 이재근 변호사
이재근 법률사무소 이재근 변호사

갑은 식당을 하기 위해 평택 시내에 있는 3층으로 된 신축건물 중 1층을 보증금 2억원에 월 50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하고 을로부터 임차하여 1억원 정도를 들여 건물 내부에 식당 영업을 하기 위해 각종 비품을 들여놓고 장식물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런데 영업을 시작한 지 10개월여 지났을 무렵 병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위 건물의 소유주는 자신이므로 당장 가게를 비우고 그 동안 건물 사용의 대가를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사정을 확인하여 보니, 건축업자인 을은 정으로부터 부지를 매수한 후, 자신의 노력과 비용으로 건물을 신축·분양하여 그 분양대금으로 정에게 부지 매매대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 매매대금채권 담보를 위하여 정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고 보존등기도 정 앞으로 받아두었다고 합니다. 위 건물의 분양이 뜻대로 되지 않자 부도가 난 을은 도주해 버리고, 정은 건물과 부지를 병에게 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겨 주었다고 합니다. 갑은 가게를 비워 주어야 하나요? 건물을 비워 주어야 한다면 갑이 건물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해 설>
가게를 비워 주어야 하며, 건물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신축건물의 소유권은 자기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 건물을 신축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채무자가 자기 비용과 노력으로 신축하는 건물의 건축허가 명의를 채권자 명의로 하였다면 이것은 완성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완성된 건물의 소유권은 일단 이를 건축한 채무자가 원시적으로 취득한 후 채권자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침으로써 담보목적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에게 그 소유권이 이전되게 됩니다()97다8601 판결 외 다수). 사례의 경우도 토지 매매대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채무자인 건축업자 을이 그 매매대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건축허가 명의를 정앞으로 하기로 하였고 보존등기도 정앞으로 되었으므로 건물의 소유권은 을에게 있다가 보존등기가 경료됨과 동시에 담보목적의 범위 내에서 정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갑은 원래 소유자인 을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건물에 대한 임차권을 취득하였지만, 위 건물의 소유권이 담보목적의 범위 내에서나마 정에게 넘어가고 정이 담보권 실행을 위해 건물의 소유권을 병에게 넘긴 이상, 새로운 소유자인 병에 대하여 임차권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본 사안은 임차보증금이 2억원이고 월세가 500만원이므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액수가 7억원입니다. 이런 고액 보증금의 상가건물임대차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므로 신소유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건물을 명도하여 주어야 합니다.
다만, 갑에게 건물에 투자한 비용의 상환을 병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비용상환청구권)가 있다면 갑은 그 비용을 돌려받을 때까지 건물의 명도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이러한 권리를 유치권(민법 제320조 제1항)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갑은 병에 대하여 비용상환청구권을 가진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민법 제203조는 “물건의 점유자가 소유자의 요구에 의하여 그 물건을 소유자에게 반환할 때 그 물건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필요비와 점유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비든 유익비든 그 판단은 점유자가 아니라 소유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건물을 식당으로 개조하고 영업에 필요한 시설 및 장식물을 설치하는데 지출한 비용은 영업자의 사업에는 필요한 비용이지만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그 건물 자체를 보존하는데 필요한 비용 또는 건물의 가치를 증가시킨 비용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갑이 지출한 1억원 정도의 비용은 필요비나 유익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갑은 유치권을 주장하여 건물명도를 거절할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건물 사용의 대가를 지급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타인의 물건을 법적인 권한없이 사용하여 이득을 얻었다면 당연히 그 이득을 소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입니다(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그리고 건물 사용의 대가는 통상 그 건물의 임대료 상당액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원칙에 대한 예외가 바로 민법 제201조입니다. 민법 제201조 제1항은 “선의(善意)의 점유자는 점유물의 과실(果實)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선의”란 그 물건을 점유하여 과실을 취득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는 의미이며, “과실”에는 점유물 자체의 사용에 의한 이익도 포함됩니다. 이렇게 보면 민법 제201조는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므로 나중에 소유자에게 반환할 때 그 사용이익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임차인은 건물을 소유자로부터 정당하게 임차하였다고 생각하고 사용하였으므로 선의의 점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의의 임차인인 갑은 민법 제201조에 의해 그 동안의 사용이익에 대하여 반환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나 갑이 병에 대하여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악의(惡意)의 점유자가 되므로 임차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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