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 

담석이 가득 차 염증이 생긴 것이다. 수술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협심증에서 요로결석에서 다시 담낭염 진단을 받기까지 짧은 시간 많은 검사를 해야 했다.

우선은 통증의 부위나 원인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었다. 흉통인지 복통인지 혼란스러웠다. 병원 접수처에서 그렇게 말했더니 심장내과로 가란다. 

교수라 불리는 담당 의사는 자기 분야에서 아주 확신에 찬 사람이었다. 몇 마디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 자기 전문분야이니 환자가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타박을 준다. 그리고 이어진 검사들. 심전도검사를 하고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별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심장 초음파와 CT를 찍어 보자고 한다. 

작년 요로결석으로 같은 응급실에 간 경험이 있어 상황을 말했더니, 의사는 그럼 그 검사도 하자고 협진을 요청했다. 

다른 과로 가서 남아있던 결석이 있는지 CT를 찍었다. 문제가 없단다. 심장 초음파와 CT 검사는 다음날로 미뤘다. 

심장 초음파검사를 진행한 다음날, 의사는 심장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진료가 그렇게 정리될 찰나 우연히 초음파 영상 하단에서 부어있는 담낭을 발견했다. 심장 초음파검사를 담당하던 간호사가 세심하게 살피던 기억이 났다. 그 간호사가 고마웠다.

결국, 심장이 아닌 담낭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 확신에 찼던 의사는 이제 여기 찾아올 일은 없다며 다른 과로 가라고 했다. 소개받은 소화기 내과 담당 의사는 부재중이었다. 결국, 다른 지역에 있는 병원으로 급히 옮겨 검진 후 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 

수술 후 입원해 있으면서 지난 과정을 복기해 보았다. 그게 최선이었을까? 환자나 의사나 상태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이런저런 가능성을 고려하여 검사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지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좀 더 꼼꼼하게 환자의 말을 들을 수는 없었을까? 의사의 지나친 자기 확신에 주눅이 들어 몇 마디 말을 할 수 없었다.

당신이 무엇을 아느냐는 식이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검사를 아무렇지 않게 권했다. 의술이 인술이 아닌 장사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씁쓸한 마음이었다. 

환자인 나에 대한 반성으로도 이어졌다. 몇 년 전 다른 병원에서 몸에 담석이 있으니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었다. 하지만 당장 문제가 되지 않으니 그동안 무심히 흘려보냈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왔던 통증도 무시해버렸다.

계속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데도 말이다.

자칫했으면 염증 부위가 터져 복막염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다. 

수술받은 병원에서 우연히 암 수술을 위해 입원하러 오신 모교 총장님을 만났다. 알 수 없다. 누구에게 언제 병이 생길지.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모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더 큰 결과를 맞이하기 전에. 수술해본 사람들은 다 알듯이 평소엔 남 앞에 꺼려지던 방귀 소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제 괜찮아지고 있다는 몸의 소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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