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왔다. 백년손님 주인은 사위가 아니라 장가간 아들이다. 자식을 보는 일이 점점 어려운 세상이다.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차려내는 밥상이 손님맞이 가장 귀한 대접이라 생각했는데 현관문을 들어서며 하는 아들의 말은 언제나 “엄마, 김치볶음밥 해주세요”이다.

이것저것 준비한 음식을 뒤로하고 묵은지 송송 썰어 파기름 낸 달궈진 프라이팬에 찬밥과 들기름을 부어 볶다가 계란 후라이에 김가루 뿌려주면 엄마표 사랑 음식은 끝이 난다. 

세상에서 제일 손쉬운 음식인데 글쎄 이 맛이 도통 나질 않는다고 하니 어쩌나.

식구는 없어도 갓김치, 파김치, 총각김치까지 좁고 낡은 냉장고에 가득하다. 

아침밥 거르지 않으려 부지런 떨면 김치밥이나 김치찌개보다 식은 밥 배추김치 숭덩숭덩 썰어 넣고 볶은 김치, 볶음밥은 왜 그리 맛있고 질리지 않는지 오랜만에 오신 손님이 느낀 맛도 이러한 걸 알았다.

사람의 집은 다정해야 한다. 섞여도 일렁이거나 싸우지 않고 대화하는 집, 그런 집에서 무슨 음식을 먹으면 어떠랴. 

김치볶음밥은 간단한 한 끼 식사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끼니는 하루를 살아가는 정신과 신체의 거룩함이다. 

힘들게 번 돈이라 생각하면 옷 한 벌 사는 일도 생활용품을 사는 일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돈을 헤아린다.  

가장 어렵고 힘든 현실 적십자 회비를 간절히 원하는 우편물이 세대별로 꽂혔다. 

우편물의 두께는 두껍고 아무도 열람하지 않는다. 

봄이 오고 있는 삼월이다. 봄을 이루려는 빗발치는 전투가 예상된다. 

이미 낮게 포복한 봄까치꽃이 점령한 가난하고 부유함이 함께 이적한 3월을 휘갑친 봄이란 3령 애벌레 가난한 군대가 나무에서 꽃으로 피면 어쩌나. 

누군가는 김치에 참치를 넣고 소시지, 삼겹살, 햄, 깍두기, 들깨, 돼지고기를 넣어 다양한 그들만의 볶음밥을 만든다.

 입맛과 밥맛이 달라도 존중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오늘도 밥을 볶아 하루살이 준비를 한다. 

섞여도 미각의 주인공이 되는 김치볶음밥처럼 흔들리지 않는 오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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