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의 유명한 대사이다. 어느 시대건 세상을 다스릴 위치에 누가 오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권력을 쥐려는 당사자들이나, 주변 사람들,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가는 곳곳에서 선거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들을 마주한다. 3월 9일이 되면 누가 되든 간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후보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열열이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은 착잡한 마음일 것이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마음에 확 드는 후보를 찾기가 어렵다. 

최선의 후보를 뽑아야 할 텐데 최선이 아닌 차선, 심지어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골라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다. 장점보다 흠결이 더 들추어지고, 거기에다 상호비방과 흑색선전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만큼 올곧게 살아온 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 어찌하겠는가? 투표를 포기할 것인가? 그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드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결국 지금의 혼탁함과 정치적 대결도 시간이 지나면 또 수면아래 가라앉는다. 선거기간의 혼탁함에 선거자체를 혐오해서는 안 된다. “아무나 되라”가 아니라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냉정하게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을 검증해야 한다. 그들의 그동안 살아온 삶의 행적들을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성경은 나라의 최고 지도자에 대하여 이렇게 교훈한다. “일을 숨기는 것은 하나님의 영화요 일을 살피는 것은 왕의 영화니라”(잠 25:2). 하나님의 하시는 일들은 인간의 지혜로는 다 파악하기 어렵고 신비에 싸인 부분이 있다. 지도자는 그런 중에서도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모든 일을 살펴야 한다. 특히 국민들 중에 소외된 자가 없도록 골고루 살피는 것이 국가 최고 지도자의 지혜일 것이다. “왕이 가난한 자를 성실히 신원하면 그의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잠 29:14).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잘 운영해 가는 것이 지도자의 영광이다.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세계적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이때, 더 높은 도약을 위해 갈 길이 바쁘다. 마음에 온전히 흡족하지 않더라도 각자 선한 양심에 따라 투표하고, 그 결과에 대해 후보와 여야 모두,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깨끗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큰 혼란과 갈등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했다.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의 성숙함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며칠 남지 않는 기간 동안 대권후보들이나 선거캠프, 선거운동원들이 깨끗한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국민들의 뜻이 잘 모아져서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혜로운 최고 지도자가 뽑힐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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