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정의(正義)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힘(國力)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을 자주한다. 지금 유럽에서 러시아가 자신보다 훨씬 힘이 약한 우크라이나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다. 

  유럽의 열강들은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많은 국가들을 힘과 무력으로 통치하고 지배했으며 식민지에서 경제적, 정치적, 인적 약탈을 자행했다. 심지어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국제분쟁의 많은 씨앗들이 이때 뿌려지기도 했다.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갈등 역시 당시 영국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원래 성경에서 하나님이 유대인에게 주기로 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점에 위치하여 여러 세력들이 번갈아 가면서 점령을 했던 곳이다. 

  이집트, 페르시아, 알렉산더 제국, 로마 제국, 비잔틴 제국, 오스만 제국 등이 지배를 하였고 이후 유대인들은 세계 곳곳으로 디아스포라라는 이주를 하여 천년이 넘는 동안 아랍인이 중심이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땅이 되었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시기 오스만투르크의 통치하에 있던 아랍인들에게 영국에게 협력을 할 경우 그 땅에 대한 아랍인 국가의 독립을 약속했다. 바로 ‘후세인-맥마흔 선언’이다. 그러나 영국은 1차세계대전 중에 유럽에 흩어진 유대인의 지원도 필요했기 때문에 외교장관의 이름으로 “영국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국가가 설립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라는 이른바 ‘벨푸어 선언’을 하였다. 

 결국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에게 모두 거짓말을 하였고 이 말을 믿은 유대인들은 이 지역에 토지를 매입하여 정착하게 되었고 이곳에 살고 있던 아랍인들과 분쟁이 시작되었다. 그 갈등이 심화되자 영국은 1947년 자신들은 더 이상 이곳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포기했다. 다음해인 1948년 5월에 유대인들은 약 2000년의 디아스포라를 끝내고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성립시켰다. 

  이후 오늘까지도 이 지역은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게 되었고 아랍의 서양에 대한 배신감과 독립에 대한 투쟁은 자살폭탄으로 이어지며 세계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결국 힘으로만 지배하려했던 제국주의가 이제는 자신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정치와 군사, 그리고 경제력으로 그 힘의 투사 능력이 결정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로움이라는 것은 사치품이나 입에 발린 언어에 불과한 경우를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는 어떠한가? 국제사회의 무정부적인 상황과 달리 한 국가는 정부라는 조직이 있고 영토와 국민이 구성되어 있다. 중국은 수천년 동안 왕도정치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 

  중국에서의 왕도정치 사상의 원류는 유교의 맹자에서 찾을 수 있다. 맹자는 “인간은 선하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하여 “백성이 곧 하늘이다”라는 민본주의를 주장했다. 지금도 우리는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바로 맹자의 왕도정치론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맹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마치 지금의 국제사회와 같이 무질서하고 힘으로 세상을 지배했던 시기였다. 그러한 혼란의 시기에 맹자는 “백성들이 스스로 기뻐하고, 백성들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자각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왕도정치이다라고 설파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왕도정치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맹자는 바로 덕치(德治)를 강조하였다. 즉 덕이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유덕자위왕론(有德者爲王論)’으로 강압적인 통치와 폭력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따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도자는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세계의 지도자가 되거나 또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군사력이나 물리적 폭력이 아닌 덕(德)과 민심이 천심임을 아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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