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명절 설날 아침에 다짐한 새해 각오는 보름명절에 대보름달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빌어 보게 된다.

그만큼 소원이란 것은 이루어지기를 간곡하게 바란다는 의미 일 것이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소원들을 빌기도 했고 더러는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들도 꽤나 많이 산재해 있지만 우리는 순간순간 잊고 지나다가 또 다른 새해가 되면 다시 염원하기도 하는 것이 다반사다.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들 때문에 늘 새로운 한해를 기다리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이루어지기 쉬운 작은 소원들을 목표로 잡는 것이 현명한 기대가 아닐까 생각 한다.

천진난만하게 둥근달을 보면서 활활 타오르는 깡통을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해충들의 번식을 막고 액을 막아 풍년 농사를 위해 논두렁에 불을 놓아서 풍작을 기원했고, 타고남은 재는 거름이 되어 작물에 영양분으로 다시 공급이 되는 지혜로운 풍습이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에겐 소망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던 놀이 이기도 했음이 분명하다.

어느새 2022년도 설을 훌쩍 넘기고 정월 대 보름을 넘어 봄으로 접어들었다. 

길고 지루했던 겨울밤이 짧아지고 새벽이 일러지고 있다.

아울러 사람들의 행동시간도 서둘러지는 계절로 건너 온 것을 의미한다.

이제 곧 피어오를 아지랑이를 연상 해 보다가 논둑길 어느 모퉁이에 문득 멈추어 지난날을 회상해 본다.

서로 먼저 논두렁에 불을 붙이기 위해 불씨를 손에 들고 논두렁 밑을 달리다 보면 손과 얼굴은 검정으로 얼룩이 져 서로를 바라보면서 천진하게 웃던 시절이 그립다.

관솔불로 잉걸불이 된 불 깡통을 힘껏 돌리며 서로 서로 자신의 불이 더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뽐내다가는 마지막엔 가장 높이 던져 올려 불꽃이 논 가운데 널리 퍼지게 하여 마무리를 짓는 추억의 쥐불놀이 만월놀이가 새삼 가슴속에 다가온다.

간혹 잘못 던져진 불 깡통이 짚가리나 나뭇동 위에 떨어져 허겁지겁 수습을 하느라 손발이 숯검정이 돼도 마냥 즐겁던 그 날들이 진정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지나친 물질 문명화와 디지털 산업화의 고도화에 따른 우리네 인정의 가치가 소원해 지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우리 민족의 피가 몸속에 여전히 돌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생각이 변해도 추억 속에 녹아있는 우리의 것은 모두가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만이 소유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잊지 말고 추억처럼 늘 되새기고 싶은 일들만 주변에 가득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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