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지층이 보고 싶어 통복천을 걷는다. 

꿈자리 사나웠던 밤을 캐어내기 위해 넓적 돌다리를 디디며 더러운 물위에 둥둥 뜬 커다란 물고기 주민 사체와 마주한다. 

오래 묵을수록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더러움 속에서도 견딘 아가미를 생각하면서 죽어야만 이룩될 숙명을 생각한다.  

세상을 아우르는 싱잉singing

bowl 소리를 듣고 싶다. 

히말라야 티벳 전통 명상 도구인 싱잉볼 울려 퍼지는 소리는 현대인의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와 맞물려 출근길 새들의 울음소리도 바뀌었다. 

봄소식을 전하기라도 하는 듯 곱고 명량한 음역에 째즈 소리  닮은 기분이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 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단가 사철가 시작 부분이다. 

징조가 많은 세상이다. 

이미 많은 예언가들이 다가올 징조에 대하여 다양한 말을 했다.

 눈에 덮이지 않고 아무리 이른 봄에 피어도 복수초는 더 이상 가련하게 보이지 않는다. 

눈꽃바람에 노랗게 홀로 피어 봄의 타투를 새겨야만 감동을 받는 바람꽃, 그 이름들이 처연하다.

누런 풀잎이 누워있다. 

겨울을 지키던 초록의 그림자는 천변에 깔린 봄의 어록을 품어 인간의 밀어가 가장 뜨겁고 시끄러운 달, 나는 어디쯤 청력을 밀어 넣어 참다운 사람의 피를 뽑을 것인가. 

‘덖다‘,는 물을 더하지 않고 그대로 볶아서 타지 않을 정도로 익히다, 라는 뜻이다. 

물기도 없이 드러나는 형태는 마치 오늘 미리 먹은 오곡나물 ’오가리‘ 볶음나물 반찬 들기름 내음 가득하다. 

우사가 있는 곳이 걷기의 마지막이다. 몇 해 전 사라진 향기 없던 빈 우사 주변, 다시 소똥 냄새 가득하다. 

소의 세입자가 다시 든 게다. 주변에 피어오를 조팝나무 주민의 민원이 걱정스럽다. 

삶은 모든 사는 일의 얼룩을 남긴다. 

봄이 되어야만 그 피어나는 꽃송이에 채반을 얹어 꽃보다 약한 마음을 포개리라, 달빛과 별빛을 덖고도 어느 계절이 덕지덕지 울었는지 모를 채반의 겨울을 뒤집으면서 가끔 나는 없어도 모를 누런 떡 잎의 감동을 본다고.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