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깎아내려는 사람이 있다.
그는 너를 조각상으로
만들 것이다.
언어의 칼날로 이리저리
깎여버린 탓에
너의 것이 사라지고 있다.
약한 파도에 절벽이 깎이듯
너도 점점 깎이고 있다
조각가는 몇 번의 손짓만으로
너를 조각상으로 만들었다.
구태여 변명하지 않아도
그의 입 안에는 그윽한
가시들로 빼곡했고,
너의 살갖은 점점
해져가고 있다.
너라는 잔상,
단풍도 낙엽이 되어
땅을 밟는데
조각이 되어버린 너는
조각가에 의해 두 다리를
잃었다
작업실 천장에 달린
와이어에 의지한 채
허공을 바라볼 뿐.
이내 조각가의 손짓이
멈추고 말을 할 순 없으나
허공의 잔상은 조각칼의
통증으로 답할 수 있다
너를 깎아내려는 사람의
조각상이 되어
너는 살아도 죽은 것이고,
죽어도 살아 있다.
그림자로 얼룩진 골목의
허름한 작업실에서
반은 부스러기로
나머지 반은 잔상으로
임강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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