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뀐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겐 다소 서먹하다.

그 이유는 아직 떡국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상 우리설이 되어야 명절이 되었다는 인식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며칠 후면 설날이다.

드디어 떡국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날 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랑스럽게 나이와 더불어 맛있게 음미하며 먹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우리는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떡국을 먹어서 나이를 먹는 것일까 만은 왠지 그럴 것 같은 뉘앙스는 무엇일까!

옛날에는 떡국을 일러 병탕(餠湯) 또는 백탕(白湯)이라 하였다.

떡으로 끓인 국이라서 병탕이요, 하얗게 맑은 국물이어서 백탕 이라 불러 왔지만 지금은 두루 떡국으로 통용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만족의 색이라 할 수 있는 백색이 주는 깊은 의미와 무관 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길고 흰 떡 모양은 무병장수와 더불어 백수를 의미하기도 했던 까닭에 나이와 비유하여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겨 왔는지도 모른다.

떡국과 나이와의 상관관계가 연결된 의미 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떡국의 원료인 흰 가래떡을 첨세병(添歲餠)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이를 더한다는 의미로 쓰인 듯하다. 

따라서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는 참으로 고귀하고도 숭고한 의식이기에 일 년에 한번 설 명절에야 비로소 먹을 수 있었던 떡국에 상징적으로 비유해 오고 있는 것 같다.

세월이가고 시간이 지나면 나이는 저절로 먹는다.

그러나 그 한살 한살의 나이마다 충실한 값어치가 있는 삶을 살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살아온 선조들의 의식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를 약관(弱冠)이라 하고, 30세를 이입(而立)이라 하여 자신의 입지를 세워야하는 나이라 했고, 40을 불혹(不惑)이라 하여 흔들림 없이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으며,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여 하늘의 순리를 알고 살아야 된다고 했다.

요즘 60살을 이르는 이순(耳順)이란 말이 더 의미심장해 진다. 

과연 불의에 유혹되지 않고 하늘의 뜻을 헤아려 귀로 들리는 사사로운 것에 대하여 순응하고 받아들이면서 나이 값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크기 때문이다.

매스컴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말들의 허허실실에 휘말려 매우 어수선한 세속이지만 이번 설 명절에는 나이 한 살과 더불어 하얀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나이의 의미에 바짝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