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 수면위로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새해의 붉은 태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주먹이 불끈 쥐어 지면서 어금니를 살짝 악물어 보게 된다. 긴 한해를 보내고 난 위로와 격려의 포옹처럼 뜨겁기도 하다.

격정의 새해를 시작하라는 열정적 응원이라 느끼면서 이글거리는 생동감을 잊지 말자는 자성적 의미도 큰 것이 확실하다. 우리들 가슴속에는 꽤나 많은 새해맞이 소감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임인년 말띠 해 새해 첫날 서둘러 동해안으로 해맞이 기행을 떠났다.

이미 다가와 나를 반기고 있는 둥근 해를 마주하고 아직 빌지 못한 소원을 한가득 차에 싣고 달리는 시간 중에도 미처 챙기지 못한 소망들을 뒤적거리고 있다.

해는 중천에서 동해바다를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웃고 있었다.

차창 밖의 풍광들은 이미 새해의 것이 되어 우리를 응원하는 듯 했다.

스치는 바람들도 지난 밤 이전의 공기와는 색다른 체감처럼 느껴진다.

우리를 반기며 안내하던 이정표들도 어제의 표정이 아닌 듯 생기를 띄우고 갈 길을 일러 준다. 

마치 새해를 맞아 서로가 가야할 길을 알려 주듯이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질러가든 돌아가든 개의치 않고 동해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줄곧 달리기로 했다.

바로 오늘아침 새해의 태양이 솟아올랐던 장엄함이 남아있는 곳이면 충분했다.  

내비게이션 속 안내 음성에 따라 한참을 달려 강원도 삼척 해상 케이블카가 있는 장호 항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점심때가 다 되어 있었다.

해맞이 객들 틈에 몸을 섞고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해상 케이블카에 올라 아득히 먼 동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이글거리며 새해를 들어 올렸던 물결들이 신이 나서 하얀 파도를 토해내며 우리를 반긴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를 향해 가슴을 열었다. 

청량함이 채워지는 동안 매캐하게 묵어있던 지난해의 상념들이 새하얀 파도 속으로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새해의 소망을 빌고 희망을 얻어 가리란 당찬 기대가 현실이 된 여행 이었다.

다시 묵호항 인근 또째비골 스카이밸리에 조성된 스카이워크에 올라 등대처럼 묵호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아직도 못다 한 아쉬운 기원을 조곤조곤 빌어 내면서 허기진 희망들을 품속으로 부풀려 넣기 시작했다.     

이제 이만하면 올 한해가 다하도록 사용할 마음의 양식이 풍부해진 기분으로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면서 당차게 밀어 붙이던 파도의 당당함과 넓고 긴 동해바다처럼 너그러운 이해심과 가슴을 파고들던 바닷바람처럼 예리한 신선함을 얻은 듯한 느낌 이었다. 그러나 이번 해맞이 기행을 통해 얻은 것 보다는 버리고 온 것이 많았다는 것을 불연 듯 떠 올려 보면서 지난날들의 시기와 번민들을 부서지는 파도머리 위에 툭 툭 털어내고 있다. 버린 만큼 채워진 새해맞이 동해 여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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