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후, 베란다 물청소를 시원하게 끝내고 하늘을 보니 무지개가 떴다. 미세먼지가 매일 체크되는 공기 속에서 그것도 동지가 지난 절기에 선 무지개를 보다니!

어학 사전에서 ‘무지개’ 는, “대기 중의 많은 물방울에 햇빛, 달빛의 굴절 반사로 간섭되어 생기는 빛 현상, 흔히 비가 멎은 뒤 해의 반대편에서 나타나는데  보통 바깥쪽부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이 그 차례이다.” 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늘 저편에서 땅으로 내려주는 둥근 다리! 신과 인간이 오르락 내리락하게 날개를 환하게 펼쳐주는 공기의 선물이 아닐까.

무지개는 모양도 다양하다. 구름다리 무지개, 원형 무지개, 쌍무지개, 강과 하늘 사이 사다리로 뻗은 무지개도 보았다.

빨주노초파남보와 함께 살아 온 수많은 날에 나는 검정과 회색을 더 옆에 두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어린날의 소년이 아니기에 겨울에는 무지개를 쫓을 수 없다. 잠깐 보였을 뿐, 오늘 읽은 친구 같은 책 속 문장이 고운 빛이 되어 나를 살린다.

“긴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길들인 관계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린왕자는 장미에게 물을 주고 막을 씌워 보호해 주고 장미의 불평과 침묵을 귀기울여 들어준다.  그 많은 장미 중에 하나뿐인 장미가 내게는 무엇이었는가를 묻게한다.

우주는 ‘고정된 것이 없으니 무한 가능’ 하여 끝도 없이 변화한다. 흙수저의 기상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매력으로 예수와 공자와 싯다르타를 따른다. 

이번 생에 태어난 아이는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평평한 무대의 땅에 기품있게 살아 초목과 짐승과 새와 물고기 무늬를 그린다. 

여운을 남기고 금방 사라진 무지개! 이제는 무지개를 찾거나 쫓아가지 않는다.

메마른 들녘에 눈보라가 땅을 적셔도 내 마음 안에서는 오래전에 간직했던 일곱빛깔이 살아 움직인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라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니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소박한 경건의 마음으로 이어가기를      

-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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