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 한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선정됐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을 사람과 도둑이 한패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는 올 한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LH 부동산 투기 논란’과 ‘대장동 특혜 논란’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교수신문은 지난달 1일부터 18일까지 교수 14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단으로부터 각자 1~2개 씩 사자성어 후보를 추천받고, 다시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묘서동처가 29.2%의 득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해당 사자성어는 구당서(舊唐書)에 등장한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 지방 군인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서로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를 임금에게 바치자 이를 지켜보던 한 관료가 쥐와 고양이를 보고 ‘제 본성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 본성이란 무엇인가, 쥐는 도둑이다. 인간의 집에서 인간의 음식 등을 훔쳐 먹으며 살아가는 생물이다. 반대로 고양이는 그러한 쥐를 잡는 경찰 내지 감시인이다. 이러한 쥐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는 뜻은 결국 고양이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올 한해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적절한 표현이다. 부동산 투기를 엄단해야 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되레 투기의 주범으로 확인됐고, 도시개발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던 성남시는 오히려 투기세력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비단 이뿐이랴, 여야 간 대통령 후보들 또한 각자 사법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가장 국민에게 모범이 되어야할 이들이 이런 저런 구설수로 인해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만 남발하고 있으니 쥐보다 못한 고양이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앙정치의 문제가 지역사회의 문제로 변질될 때이다. 평택시와 안성시는 당연하게도 시민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여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개인적 친분에 의한 인사’나 ‘시장의 학력과 연관된 홍보비 집행’ 등 이해하기 힘든 정책이 남발될 경우 이는 시민들로 하여금 고양이가 쥐를 놓아준 것을 넘어 쥐와 함께 도둑질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스스로 내부를 경계하여 시민들이 지자체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묘서동처 :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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