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신문
오피니언삶의 향기
십이월의 방
최희정(와온)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12.15  11:41: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일요일 오후 겨울 햇볕이 방에 가득하다. 나의 뇌가 생각하는 대로 내 방은 하루 이틀 모습을 바꾼다. 

시간과 함께 골동품처럼 오래된 가구가 놓여 있다. 노란색 옷장은 오래전 동생에게 받은 박달나무장인데 세월과 함께 은은히 누런빛이 난다. 은둔의 모서리에서 누에처럼 무슨 혼자만의 집을 짓는 것이다. 

겨울, 잃음과 응축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다. 겨울의 고요함보다 더 잠 못들게 하는 것은 시간의 보복이다. 그때그때 사람으로서 행동하지 못하였던 시원치 않음이 괴로울 때가 있다. 오늘은 해와 달이 주는 시간을 겸손하게 받아 쓴다.

여러 개의 방이 있다. 광목 이불 홑청을 빨아 말려 엄마와 이불을 깁던 방,  옥색 재봉틀이 인고의 세월 동안 당신을 지켰던 방, 아이들이 울고, 장난감들이 늘상 어질러져 있던 방이 지나갔다. 

시인 친구의 방을 보았다.  소담한 한옥의 뜰을 연상케 하는 카페 같은 자기만의 방이었다. 긴 노동을 마치고 노고를 스스로 잠재우는 강변에 지은 집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썼다.  자기만의 방에는 주인보다 더 생동생하니 온기가 흐른다. 

나의 방은 하늘과 잇닿아 있다. 지붕이 열렸다 닫혔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달과 북두칠성이 머리맡에 있다는 것을 안다. 역사와 수고의 음률이 저장된 방에서 걱정일랑 내려놓고 뒹굴거린다.

생존 세상은 싸움과 시끄러움이 끊이지 않고, 이기적인 험담과 한숨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사랑과 소외 속 그 사이에서 내 방은 노래를 부른다. 지치지 않고 노래한다. 입술들,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사람답다.  지금은 겨울 방, 여기서 ‘이유없이 기쁘고 풍성한’ 시인의 노래를 들었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재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 김수영 시인의‘그 방을 생각하며’부분.

<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최희정(와온) 평택시 문인협회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6.1 지방선거, 평택시 광역·기초의원 후보자 확정
2
“검수완박은 민주당의 입법폭주”
3
고덕 삼성전자 인근, 불법주차‘심각’
4
6.1지방선거 D-29, 평택시장 대진표 확정
5
더불어민주당 A 시의원, 장애아동 부모에게 부적절 행태
6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후보자 윤곽 가려졌다
7
국민의힘 안성시장 후보, 이영찬·김장연 2인경선
8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9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안성시장 후보’ 확정
10
안성시 광역·기초의원 후보 확정_(2)
신문사소개윤리강령편집규약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평택시 비전5로 35, 501호(비전동) (주)평안신문  |  대표전화 : 031-692-5577  |  팩스 : 031-692-5579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경기 다 00922  |  발행인 : 심순봉  |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 이성관
Copyright © 2011 평안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p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