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감귤 택배가 도착했다. 거뭇거뭇 무농약 노지감귤이라 탱탱하고 신선하다. 세간살이와 집을 정리하고 제주에서의 삶을 선택한 자유로운 영혼 조카가 보낸 겨울선물이다. 이른 봄 모종장사를 시작해서 김장 배추모종 장사를 마치면 서둘러 제주로 날아가 겨울을 난다.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오름, 곶자왈, 사시사철 푸른 들과 정겨운 마을들을 지나 평화와 치유를 꿈꾸는 제주올레의 모든 코스 약 425킬로를 두발로 걸어서 완주한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제주올레 도보여행자입니다’란 조카의 제주올레 완주증서를 보며 경쾌하게 걷고 올랐을 발걸음이 보인다. 더불어 시작점부터 쓰레기봉투를 들고 찍은 인증사진은 여유 있고 보람찬 행위의 가장 뿌듯한 인생샷이며, ‘클린올레로 26개 모든 코스’ 클린올레 완주증서는 ‘놀이’는 목적 없는 행위,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라 말한 것에 대한 아름다운 합을 이룬다. 

오늘은 높이 1,947.3m.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을 올랐다며 눈에 덮인 백록담을 바라보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내왔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거센 바람소리, 새소리, 난분분 백설이 주는 조합은 너무나도 경이롭고 감당하기 힘들 벅참을 전한다. 

이런 고지에 생명이 숨 쉬고 꿈틀대며 사는 것이 신기하여 검색해 보았다. 제주도 한라산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한라산 정상 일대 서식하는 포유류로 오소리, 노루, 제주족제비, 제주등줄쥐, 다람쥐, 염소, 들개가 있고, 조류는 제비, 곤줄박이, 큰부리까마귀, 박새, 까마귀가 있으며, 청개구리가 발견되고, 제주도롱뇽, 참개구리, 쇠살모사 등 양서 파충류가 서식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바람에 들리는 까악 소리가 까마귀소리조차 신기하다.

손쉽게 먹기 좋은 겨울 과일로 감귤만한 것도 없다. 향은 물론이고 새콤달콤한 맛이 깊어 껍질은 모아 두었다가 귤 차를 끓여 마시면 목도 부드럽다. 바람을 맞으며 직접 따서 마음 가는 모든 육지의 가족에게 부쳐온 감귤 상자에서 귤 향기가 새어나온다. 입안에 고이는 것이 어디 맛뿐이랴, 바람과 비, 눈보라에 그을린 얼굴이 동그란 그녀 얼굴만 같다.

‘나 혼자 길을 걷고, 나 혼자 노래하고, 나 혼자 웃고, 내일은 건강한 뇌 관리를 위해 누군가와 함께 걸어야’

날이 좋으면 몸을 움직여 바람따라 걷고, 날이 좋지 않으면 정신을 채우면 되는 실존적 하루하루를 즐기며 사는 영혼에게 노란 사랑의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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