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으로 이사 가신 이모가 전원 집 마당 꽃밭에 핀 국화를 땄다. 보랏빛 작은 국화를 마구 꺾어 한 아름 내 차 안에 넣어주었다. 곧 된서리가 내리기 전에 실내 꽃병에 꽂아 두면 더 오래갈 것이라며 안겨 주셨으니, 진한 향 무더기에 십일월이 가득하게 순간순간 흐른다.
휴일 아침, 근처 사찰을 걸었다. 작은 연못을 지나다가 올챙이 한 마리, 겨우 한마리가 연꽃 대궁 갈잎 사이로 왔다갔다 헤엄친다. 좀 전에 알을 낳았나? 곧 겨울이 닥칠 텐데 이 더디게 나온 것들을 어쩌나, 예민한 나는 신경이 좀 자잘한게 걱정이다.
따뜻한 늦가을 날씨를 봄인 듯 여기고 세상에 나온, 말보다 눈빛에 상처 입은 들고양이 새끼들과 이제야 꽃 대궁이 오르는 철없이 피는 백일홍을 어이없이 바라본다. 곧 서리와 눈 폭풍이 닥치면 순간에 사라질 물질에 대한 무력함과 생명 가진 이름에 안타까움이 인다.
때에 맞게 나와야지만, 아웃사이더는 때가 없이 그때그때 인가보다. 지금 알에서 나와 헤엄치는 올챙이는 무엇인가? 철 늦어 나온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평등하다는 짧은 시간 앞에서 모자라거나 넘치는 생이 지루하기도 하다.
어떤 때는 장애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시간을 잡아놓지도 못해 흘려보낼 시간이 있다. 자라다 만 키와, 짓다 만 미소와 나오다 만 목소리를 위해 기지개를 활짝 켤 수 있도록 힘이 센 상상력을 동원한다.
이모댁 마당 구석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올챙이 한 마리, 새끼고양이들, 꽃대가 오르는 백일홍을 옮겨 심으면 겨울을 지낼 수 있겠다.
그 온상에는 적당한 물도 있고 겨울밤도 춥지 않은 전원 집 주인의 발자국 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