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비중이 사는 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본적인 그것을 누구나 온전히 누리면서 사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월든>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아름다운 호숫가옆에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경험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사색의 문장으로 담은 책이다. 요즘 낙엽의 비가가 절정이다. 푸른 핏줄을 뿌리로 내리고 노랗고 빨갛게 물든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는 고요하면서 냉철한 사는 법의 고수다. 울울창창 푸르고 무성한 시간이 흩어지다 고이고 포개진 길을 걸으면 곳곳에 낙엽 봉분이 불룩하다. 그 한 잎도 밟지 않으려 피해가게 되는 마음은 일생의 일이 나무나 사람이나 다 존엄하고 신성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지인의 행사를 축하하는 모임이 있어 전철을 탔다. 역 광장에 들어서면서 어지럽다. 나도 오두막 체질인가. 목적지를 가는 내내 기둥에 기대어 갔다. 침묵이 가득 찬 빈 들녘이 지나고 세상을 이루는 격차 없는 삼라만상의 변화를 유리창으로 바라보면서 세상은 ‘덧없다와 있다’의 간극에 당황하지 않는 걸 보니 나도 여유 있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저 수목들의 빈 가지처럼, 허공에 귀를 열어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말이 삶을 사랑하며 사는 일의 내공임을 깨닫는다.

밖의 풍경이 잠시 긍정의 노선이었다면 전철 안 또 다른 풍경과 마주한다. 몸이 매우 불편한 사람이 작은 가방에서 꺼낸 물건을 어눌한 말로 이야기 할 때,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생계가 사는 일의 전부인 그를 외면하기 힘들어 지갑을 열었다. 세상을 향해 삶을 피력하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만추와 겨울의 초입, 빠르고 정신없이 살아 온 우리에게 조금 느리게 사는 일도 중요하다. 저 잎 다 지고 가지만 검게 남은 나무는 오랜만에 텅 빈 휴식을 가질 것이다. 들과 산, 골목과 길거리의 바람은 매섭고 황량하여 쓸쓸해지고 외로운 마음 일어날 시간이다. 

지금이 마음 곳간에 행복이란 물감으로 물들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 번쯤은 허허해져보라. 그 공간은 무한하여 차고 넘치도록 행복감정을 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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