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가 가슴속으로 묻어 들면서 어느덧 따뜻함이 연상되는 시절이 왔다.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가 지나고 얼마 안 있어 절기 상강이 다가 온다. 그야말로 찬 서리가 내리는 계절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면서 푸르던 나무들은 뿌리를 감추고 벌렸던 가지들을 조금씩 움츠릴 것이다. 수확보다는 저장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때가 아닐까 생각 해 본다. 두둑한 주머니처럼 든든한 겨울 채비를 하고나면 곧 아랫목이 그리운 날이 올 것을 안다.

그윽한 커피 한잔을 품고  발끝을 타고 아련하게 올라오는 온기를 만끽하며 여유로워 지고 싶어진다. 그러기위해선 우선 향기 그윽한 헤이즐럿커피 한 봉지와 달달한 믹스커피 몇 봉지를 준비 해야겠다. 이른 봄부터 풀내음으로 시작했던 푸른 잔디 프로젝트가 이달 말에 끝이 난다.

나른하고 지루했던 봄날들과 지리 한 무더위로 삶아대던 여름날에도 이마의 땀방울을 훑어 내리며 마셔대던 안 다방 커피가 제일 그리워질 것 같다. 우리가 함께했던 기간 동안 음식과 간식 그리고 직접 배합한 냉커피로 더위를 식혀주던 안 여사의 커피 말이다.

사무실 이름을 일명 안 다방이란 별칭을 붙여가며 식후 커피를 챙기던 우리의 보금자리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스산한 느낌이 몰려온다. 8개월을 함께한 우리 일곱 명의 아지트였던 안 다방의 임시폐업일이 다가온다.

때론 어깨가 무거웠던 날도 있었고 화기애애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일에 지쳐 서로가 소원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아울러 끌어안고 작별을 고하려면 더욱 더 향기 짙은 커피 한잔이 필요한 순간이다. 임시 폐업에 들어가지만 안 다방 커피향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네모와 세모와 동그라미들이 같은 향기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유일한 추억이 될 것이다. 다시 찾아올 새봄 노란 병아리들처럼 양지쪽으로 새롭게 모여들 날까지 그 향기를 간직하고 싶다.

그러기위해 그간의 서운함 들을 날려버릴 커피향기만을 남겨두고 안 다방을 임시 폐업 하련다. 여름날처럼 따뜻했던 커피 향기만이 외로이 남아 그동안 소원했던 냉기들을 끌어안고 긴 겨울동안 이 공간을 지켜 줄 것이다. 또 다른 커피 향기로 가득한 안 다방의 부활을 기대하며 나머지 낙엽 들을 긁어 모아둔 채 커튼을 내린다.

소복이 쌓여가는 마로니에 입새들이 아직 덜 여민 커튼사이로 우리를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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