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천지 무엇조차
누군가에게는 무언의
가치가 있다.
그것을 칭하기를
인생, 세월, 시간이라 말한다.
만인에게 가장 공평한 것은
세상이란 호수처럼 흐르는
시간과도 같다.
맑은 호숫가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흐르게 할지언정
흐르지 않게 할 수 없듯이
나에게 할머니는
나란 존재보다
더 가치가 있다.
호강시켜드리려 삼 십 평생 바라만 봤을 뿐인데
어느새 구부러진 허리는 세월의 유수를 짐작케 한다.
내 이마에 나이테가
하나 둘 생길 때마다
오히려 우리 할머니는 닳는 것 같아
나이 먹기 되레 두려워 진다.
금지옥엽 바라만 봐도 닳는
날 키우느라 닳아버린
우리 할머니의 허리.
할머니에 대한
무언의 고마움으로
나도 점점 닳아간다.
시인 임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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