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은 갑에게을 소유인 배나무 과수원을 매도하고 등기이전까지 완료해 주었습니다. 갑은 매매 당시 을에게 과수원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소를 서너 마리 키워서 거름을 얻어 비료로 쓰겠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등기를 넘겨 준 며칠 후 을을 찾아온 갑은 위 토지의 일부가 자연녹지·시설녹지·도로부지 등으로 편입되어 있어 토지 전부를 소를 사육하는 데 쓸 수 없다고 말을 하며 을과 체결한 매매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합니다. 을로서는 갑으로부터 을이 매도한 토지 전부를 소를 사육하는데 사용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위 계약을 갑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지요?

 

<해설> 갑은 일방적으로 매매계약을 파기할 수 없습니다.

타인과 계약을 체결하다보면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착오를 일으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착오를 한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모든 경우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경우 생각지도 않은 손해를 입게 됩니다. 이러한 양 당사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우리 민법 제109조 제1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률행위의 내용이란 계약 당사자나 계약 당사자나 계약 목적물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령 A토지라고 생각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알고 보니 B토지인 경우라든지 갑과 계약을 체결한다고 생각하였으나 알고 보니 을과 계약을 체결하였다든지 하는 경우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례와 같이 어떠한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나 사실은 그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는 통상 “법률행위의 동기의 착오”라고 부르며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와 구별하고 있습니다. 동기는 원래 사람의 내심의 의사이므로 바깥으로 표시되지 않는 이상 거래의 상대방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가령 집을 지을 목적으로 토지를 사는 것인지 소를 기르기 위해서 사는 것인지는 매수인이 밝히지 않는다면 매도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매도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가격만 맞다면 매수인이 어떤 목적으로 토지를 사든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하면 매도인으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사정으로 우리 대법원은 “동기의 착오를 일으켜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때에 한하여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83다카1187 판결)”고 하며, 동기를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때라 함은 ① 동기를 계약 내용으로 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또는 ② 그러한 동기가 상대방의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 혹은 동기가 상대방으로부터 제공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사례를 보며, 갑은 을에게 토지 전부를 소를 사육하는데 사용하겠다는 말을 한 사실은 없고, 단지 과수원으로 그대로 사용하면서 소 서너 마리 정도를 키우겠다고 말하였을 뿐이므로 토지 전부를 소를 사육하는데 사용하려는 갑의 동기가 표시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갑의 착오가 매도인에 의하여 유발된 것으로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갑은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도 없다고 판단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토지를 매수한 사람이 그 매수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계약의 취소는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목적으로 토지를 매수하고자 하는 사람은 계약시 매도인에게 그 사정을 분명히 이야기하여야 나중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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