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노근선고 인노퇴선쇠’란 말이 있다. ‘나무는 뿌리가 먼저 늙고 사람은 다리가 먼저 늙는다’는 뜻이다.

다리와 허리 건강이 좋지 않아 시술을 받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분들이 주위에 많아졌다. 일평생 일을 놓지 않고 혹사한 결과라 하기에 살아온 날들이 야속하여 눈물만 나겠다. 

어렵사리 일에서 손을 뗀 언니들과 덕동산을 걸었다. 여러 가지 치료 요법을 병행하며 늦었지만 열심히 재활을 하는 언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작은 산, 숲길이지만 평택시민이 건강과 휴식을 위해 찾는 소중한 덕동산이다. 어린 시절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며 김밥과 삶은 계란을 까먹으며 하루를 즐긴 공간이다. 솔밭에 미끄러져도 씩씩하게 일어나 솜사탕을 사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던 우정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때는 넓어보이던 산이 작아져서 같은 길을 다섯 바퀴 돌아도 한 시간이 채워지지 않는다. 

나무에게 옛이야기 묻는다.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거나 새소리를 들으면 산이 간직한 나만의 지난날이 피어오른다. 아이렌 카라가 부른 훼임에 맞춰 추었던 허슬 춤은 또 얼마나 신이 났던가. 

명법사를 지나 공원으로 내려왔다. 맹나라, 꽁나라 수생식물이란 나무 표지판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능수버들 휘늘어진 작은 연못이 너무 예쁘다. 노랑어리연꽃, 수련, 마름, 부들, 큰고랭이, 이삭물 수세미, 물질경이, 사마귀풀, 고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2010년 5월1일 맹꽁이 등의 서식환경을 위해 덕동산 맹꽁이 친구들(한광중고)의 작은 손길로 가꾸기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오래전 덕동산을 제목으로 쓴 시가 있다. 어느 날 아침 햇살 비추는 숲을 걷다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드럼 연주를 들은 적 있다. 그 모습을 시로 옮겼나보다.

 

 ‘상수리나무 푸르른

몸빛을 쪼는 쇠딱따구리

어느 생의 치매가 저리 고울까

시련을 묻지 않는 새들처럼

녹색의 최루 앞에 부려본다,

이 힘겨움’

 

시의 중간 부분 마음에 닿는 구절이 여전히 내 마음 녹이는 걸 보니 덕동산이 그린 한 사람의 인생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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