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사는 일이 무기수 같다. 체감온도 35도를 기록하는 폭염에 마스크로 가린 얼굴은 숨쉬기조차 힘겹다.

지구를 마구 대한 형벌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생활 규범과 관례가 깨지고 패턴도 달라지면서 사람들은 모든 문화적인 것들 보다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성격도 급해지고 화를 참지 못하는 이기주의로 변해간다.

종일 매장에서 사람들을 대하다 무심코 하늘을 보면 천상의 세계인 파란하늘 흰 구름 둥실 떠간다. 하늘은 언제 푸른 화폭에 그림을 수놓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나. 구름으로 그린 형상에 양떼 노니고, 강아지, 원숭이, 새, 토끼와 같은 그리지 못 할  동물이 없구나. 또한 바위와 나무, 하트모양, 사람의 얼굴을 비롯해 헤아릴 수 없이 창의적 그림을 그리는 화가임이 분명하다.

차영섭 시인은 구름의 형상을 <구름은 하늘의 옷이다><구름은 살아있는 생물이다/아름다운 하늘 작품전시회는 변화의 상징이다>라고 했으니 정녕 저 살아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가 져도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더워더워, 덥다, 덥구나, 죽겠네, 미치겠다, 돌겠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더위에 갇힌 자들의 몸부림으로 들린다. 흐르던 땀이 식고 또 흐르고 지친 심신, 풀향기라도 맡기 위해 통복천 걷기에 나선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돌다리를 건너며 물소리를 듣고 풀냄새를 맡는다. 

요즘에는 어떤 꽃이 피었을까. 얼마 전 나무심기 일환으로 식재된 15년생 배롱나무가 지지대와 가끔 내리는 소나기로 해갈을 하여 힘을 얻었는지 붉은색 꽃을 피웠다. 계절마다 꽃들이 뜬금없이 빨리 피고진다. 키 작은 코스모스는 피었다가 말라가고, 개망초 하얀 무리도 달밤에 잠이 들었다. 수크령과 강아지풀은 꼬리를 흔들지 못 해 운다. 

발밑에 드리운 풀들의 그림자를 피해가며 밤하늘을 본다. 낮과 다른 풍경이지만 붉은 노을을 아름답게 보낸 코발트블루와 블랙이 크림처럼 녹아든 밤, 노란별이 콕콕 박혔다. 

아직 살아 있는 살만한 세상이다. 잠시 자연에 머물다 가는 세입자들이여, 새들과 물오리와 백로가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일 있던가. 다시 생각하고 돌아보며 우리도 그림 한 장 남길 수 있는 여백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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