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사건 등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합의를 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해설> 모든 경우에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해 놓은 일정한 경우에만 처벌을 면할 수 있으며 그 외에는 양형에 있어 고려사유가 될 뿐입니다.

형법 제260조 제3항은 제1, 2항의 폭행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죄를 형법학에서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라고 합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범인의 처벌 유무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친고죄(親告罪)라는 것이 있습니다. 친고죄의 경우 피해자의 적극적인 처벌의사가 없는 이상 처벌을 할 수 없는 반면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피해자의 적극적 처벌불원(處罰不願)의사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친고죄의 예로는 간통죄, 모욕죄 등이 있고(2013. 6. 19. 이전까지는 강간죄, 강제추행죄 등은 친고죄였으나, 2013. 6. 19.자로 시행되는 개정형법에서부터는 친고죄가 아닌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의 예로는 명예훼손죄, 폭행죄, 협박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부정수표단속법위반(수표를 부도낸 경우)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우리가 보통 “합의”라고 부르는 것의 의미는 고소의 취소 또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소의 취소나 처벌불원의 의사는 피해자가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하여야 하는 것인데, 통상 쌍방 간의 합의서가 제출되면 고소의 취소나 처벌불원의 의사가 표시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폭행죄라고 하여 모두 반의사불벌죄인 것은 아닙니다. 가령 폭행을 하여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상해죄 내지 폭행치상죄가 되고 이때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같은 폭행이라고 하더라도 2인 이상이 공동으로 폭행한 경우, 위험한 물건이나 기타 흉기를 휴대하여 폭행한 경우, 상습으로 폭행한 경우(이상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폭행죄입니다)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런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가 기소여부를 결정하거나 법관이 형을 결정할 때에는 피해자의 처벌의사 및 범인의 반성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를 하여 그 의사가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제출되었다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또는 형의 감경과 같은 훨씬 유리한 결정이나 판결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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