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길이다.  광주에 사는 오랜 친구 딸의 결혼식에 가는 중이다. 충청도와 경상도를 두루 돌아다녔지만 전라도 길은 세 번째다. 일요일인데도 붐비지 않고 앞과 옆은 온통 초록 초록으로 산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예식장은 베이지색 건물로 삼층이 모두 결혼식장으로 신랑 신부 하객들로 붐볐다. 연분홍빛 치마 저고리에 마스크를 쓴 친구는 신부같이 예뻤다. 학창시절을 함께 지냈고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 본 지가 삼십년이 지나 지금은 그녀의 딸이 신부가 되었다.  

음식들, 뷔페 코너를 돌며 처음 보는 과일들을 집어 접시에 담고 홍어전과 가오리찜, 그리고 멍게를 집어 밥을 먹는다. 나의 친구는 하객들의 인사로 겨우 식사를 하고 7년만에 만나 겨우 한마디 말만 나누고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휴게소마다 쉬며 왔다. 장성, 백양산, 여산, 정안 알밤 휴게소마다 쉬면서 인생은 방랑 나그네란 생각이 언뜻 스쳤다. 태어나 함께한 여름의 숲은 해마다 가까워지고,  내 모습은 나도 어색하게 변한다. 가족과 친구들 그들은 세월에 밀려 점으로 사라지거나 멀어졌다.

전염병 시대에 ‘언택트’나  ‘뉴 노멀’이란 새로운 단어가 떠오른다. 새롭고 단순한 것들이 최상의 기준이 되어 세계를 끌고 나간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고, 미니멀 라이프에 건강 음식과  위생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브랜드’에서 생필품을 사고 집 근처 잔디 공원을 뱅뱅 돌았다. 어디쯤 풀 속인지 한 마리 풀벌레 우는 소리가 예민하게 들렸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가을 냄새를 진하게 느꼈다. 늦가을 까지 지상에서 소리내어 울 풀벌레! 먼 옛날 초등교과서에 실렸던 ‘파브르 곤충기’의 그 풀벌레 소리다. 그러고 보니 절기가 ‘하지’다. 

감나무 열매는 감꽃을 밀며 아기같이 형체를 갖추며 자라고, 보리수 열매는 빨갛게 익었다. 저녁 하지 달은 보름을 몇일 남겨두고 둥글어 오른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시 <저녁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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