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어느 시대에 한 가정이 흉년을 피해 이방인들이 사는 모압 지방으로 이주했다(룻기 1:1). 남편은 엘리멜렉, 아내는 나오미, 그리고 두 아들은 말론과 기룐이었다(1:2). 그런데 남편이 그곳에서 먼저 세상을 떠났고,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은 그 지역 여인들과 결혼했다. 거기서 산지 10년쯤 되어 결혼한 두 아들 조차 자식도 없이 죽고 말았다(1:3-4). 결국 과부 시어머니와 두 명의 과부 며느리만 남게 되었다(1:5). 

왜 가정에 이런 시련이 연이어 닥쳤을까?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섣부른 추측이나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내 문제일지라도 그렇다. 이 세상의 불행은 단지 우연한 일이거나, 혹은 재수가 없거나 ‘운 때’가 안 맞아서라고 할지 모른다. 종교적인 사람들 중에는 그런 불행을 죄에 대한 심판이나, 하늘이 내린 벌로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 앞에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 ‘왜?’라고 물어보면 답이 없을 때가 많다. 왜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힘들어 해야 했는지 알 수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하필이면 왜 이런 시대에, 대한민국에, 남자 혹은 여자로 태어났으며, 지금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보통 우연적으로 이렇게 났으니까 사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모든 사건 속에는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이, 적어도 그것을 허용하시는 깊은 뜻이 있다고 믿는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 조 바이든의 집무실 책상의 만화 액자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1972년). 그런데 그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교통사고로 아내와 큰 딸을 잃었다. 두 아들도 중상을 입었다. 예고 없이 닥친 끔찍한 불행에 바이든은 하나님을 원망하며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 방황했다. 그때 그의 아버지 조셉 바이든 시니어가 이 만화 액자를 선물했다. 그 만화는 두 컷짜리로 된 “공포의 해이가르” 연재만화 중 하나였다. 만화에서 바이킹 해이가르는 어느 날 자신이 탄 배가 폭풍우 속에서 벼락에 맞아 좌초되자,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Why me?”(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Why not?”(넌 왜 안 되는 거지?). 

조 바이든은 이 만화를 통해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음을 깨닫고 슬픔을 떨치고 일어섰다고 한다. 그는 이 만화가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바이든의 아버지가 평소에 했던 조언도 있다.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가 얼마나 자주 쓰러졌는지를 보지 말고, 그가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지를 보아라.” 우리는 어떤 사건 속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뜻을 다 알지 못한다. 다만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를 믿고 다시 일어서서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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