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기고가 내 사정을 다 너희에게 알려 주리니 그는 사랑 받는 형제요 신실한 일꾼이요 주 안에서 함께 종이 된 자니라 내가 그를 특별히 너희에게 보내는 것은 너희로 우리 사정을 알게 하고 너희 마음을 위로하게 하려 함이라”(골 4:7-8)

신약성경을 읽다보면 ‘두기고’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에 대해서 성경에 이렇다 할 만한 소개가 없다. 단지 그가 복음전도자 사도바울과 함께 전도 여행을 다녀왔고(행 20:4), 사도바울의 편지를 전달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는 정도이다(엡 6:21, 골 4:7, 딤 4:12, 딛 3:12). 그러나 맨 위에 언급한 기록을 보면 단순히 편지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던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된다. 충실한 일꾼으로서 서로의 근황을 알리고 사람들의 믿음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성경에는 직접 그가 한 말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가만으로도 그가 누구였는지를 그려볼 수 있다. 비록 이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공동체라는 전제 아래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것이 사회와 이웃과의 관계에까지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살펴 본다. 

먼저 두기고는 ‘사랑 받는 형제’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공동체들이 있다. 우리에겐 여러 갈래로 얽히고설킨 많은 인간관계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사랑받는 형제라 부를 만큼 친밀하고 아끼는 관계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도 가슴에 오래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과 나눈 대화가 기억나는 사람, 생각하면 미소기 피어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를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두기고처럼 우리의 동료들에게 두고두고 기억나고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업무적 측면에서 두기고는 “신실한 일꾼”이었다. ‘신실하다’(faithful)는 것은 충성스러워 믿을만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신실한 일꾼은 충성의 바른 방향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열심히 일을 하는데 목적이 다른 곳에 있어서 딴 주머니를 차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다. 그런데 두기고는 맡겨진 일에 실망시키지 않는 충실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맡겨진 일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두기고는 또한 좋은 상담자요 위로자였다. 두기고는 사도 바울이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믿고 보낸 사람이었다. 바울이 처한 사정을 골로새지방의 교회 성도들에게 알리고, 또한 성도들의 사정을 들으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람이었다. 공동체에는 여러 어려움과 갈등을 함께 풀어가고 서로를 세우고 격려하는 소통가(communicator)들이 필요하다.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일도 귀하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도록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은 더 귀하다. 우리는 모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지 않은가? 사랑받는 형제, 신실한 일꾼 그리고 위로자로서 오늘날의 두기고로 살았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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