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들어 왔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해 가는 것은 자연현상인 것 같다. 우리 사회에도 변화된 모습을 일일이 다 열거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이 5천년 역사를 자랑해 오듯이 그 긴 역사를 이어 오면서 다른 것은 몰라 볼 정도로 변했지만 씨족과 가문의 전통적으로 이어 오는 성씨는 변하지 않았다. 성(姓)을 국어사전에 보면 “한 혈통을 잇는 겨레붙이의 칭호”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씨는 2000년에 조사에서 286개의 성과 4,179개의 본관이 있고 이 밖에 귀화성씨도 442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의 성은 다 부(父)계의 성을 따라야 하는 ‘부성 우선주의 원칙’으로 정해져 왔다. 우리 사회는 오랜 세월동안 남성 위주와 가부장(家父長)제 사회였지만 이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성의 학력도 높아지고 사회 참여도 많아지며 따라서 남녀평등의 의식도 확장됨에 따라 남성 본위에 시대는 사실상 약화되어 가고 있다. 이번에 여성가족부가 낸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에 보면 지금까지의 ‘부성우선주의원칙’을 폐기하고 출생 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서 자녀의 성을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현행 민법779조인 가정범위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는 이 조항을 삭제하여 가족범위 제한을 두지 않는 가족범위 확대방안을 추진할 것이라 한다.

생물학적으로 보아도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내의 염색체 수는 23쌍(이중 한 쌍은 성염색체)으로 46개인데 이것은 각기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23개씩 받은 것이다. 염색체는 유전 물질인 DNA로 구성 되어 있어서 자녀들은 아버지의 유전인자와 어머니의 유전인자를 반반씩 받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성을 부계 성으로 정하는 것도 모순일수도 있다.

그러나 자녀의 성을 부모가 합의하여 결정하게 되면 문중이나 가정에서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국가나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는 가정이다. 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성이 각기 달라졌을 때, 성이 다름으로 인한 가족 간에 혈연의 진한 정으로 얽혀진 가족 관계가 전과 같이 탄탄하게 결속이 될런지? 조선일보가 20대 대학·대학원생 100명에게 ‘자녀의 성, 어떻게 정할까?’를 물었더니, 현행(아빠 성) 22명, 개정안(아빠 혹은 엄마 성)47명, 부모 성 상관없이 자유롭게 31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보면 현행 성 결정 응답자가 제일 적고 성을 자유롭게 택하자는 응답자도 31명으로 많았다. Z세대로 불리는 20대~30대 초반들의 인식으로는 성씨나 가문 전통에 대해 무관심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족보가 사실상 그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 아닌가. 한편 부부간에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내 쪽 성으로 정하자는 다툼도 있을 수 있고, 또 형제 자매간에도 각기 성씨가 다를 때 한 핏줄 의식도 자연 약화 되지 않을까도 예상 된다. 또한 유산 상속에 있어서도 원만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밖에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 예상된다. ‘성인도 시대를 따른다.’는 말도 있다. 시대가 요구 한다면 전통이라고 해서 불변의 법칙이 될 수는 없는 일, 그래도 자녀들의 성을 선택하여 결정하는 문제는 국민적 합의로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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