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계 타워펠리스로 불리는 까치집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미루나무, 소나무는 물론, 높고 큰 나무 꼭대기 집을 짓는다. 도심에 사는 새들은 개발로 인하여 녹지공간이 사라지자 아파트 베란다, 실외기, 건물 간판, 철탑, 전봇대 같은 곳에 둥지를 만드는 기발한 사는 법을 익혔다.

동네 세차장 뒤 까치집이 해마다 커진다. 까치가 강풍 부는 추운 겨울에 집짓기를 하는 이유는 태풍과 비바람에 견디는 견고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니 정말 지혜로운 새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출근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까치집과 마주쳤다. 겨우내 빈집 같아 보였던 그 집의 주인인 까치부부도 처음 보았다. 명랑한 새들이 집을 드나드는 모습에 새는 새처럼 살고, 사람은 사람답게 열심히 살아가는 일들에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겨울 가지와 함께 훤히 드러난 집은 잎이 무성한 계절이 오면 초록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높은 가지가 흔들리면 집도 따라 흔들린다. 새들도 바람 불면 바람의 노래듣고 내생을 기록하며 살아가겠지. 

통복동 큰길을 사이에 두고 개발이 한창이다. 예전 고추전이라 불리던 곳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 하고, 고층 아파트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간다. 통복시장 로터리 고가도로 철거 작업도 한창이다. 노후가 철거의 명분이긴 하지만 오래도록 함께 했던 것이 사라질 때면 정 떼는 일도 슬픔을 학습해야 할 일이다.

까치는 기억 속에 늘 반가운 새, 길조로 알려져 있다. 해충을 없애주면 좋고, 과실에 피해를 주면 나쁜 새가 된다. 함께 공생하며 산다는 것은 누구도 양보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 

작년 가을, 가림막 안에서 땅을 엎고 고르는 작업이 한창일 때 크레인에 오른 인부가 전봇대에 지은 까치집을 부수고 있었다. 입으로 얼마나 물고 물어와 찔러 넣기 공법으로 지은 집이던가. 위험 요소 때문에 부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가차 없이 일순간 날리는 모습이 어느 달동네 철거민을 떠오르게 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습니다.

정채봉 시인의 <첫길들기> 첫 부분처럼 푸른 하늘에 눈을 씻는 까치가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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