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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초록빛”
김학인 세움교회 담임목사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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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21  11: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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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는 길에 보는 요즘 풍경은 온통 초록빛이다. 나무마다 약간은 다른 색채가 있지만, 초록빛이라 뭉뚱그린다 해도 그리 미안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 사무실 창문으로 바라본 초록도서관 뒤편 야산의 정경도 그렇다. 햇빛에 반사되어 빛이 나며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나뭇잎들이란! 리모델링을 이유로 장기간 휴관에 들어갔지만 이름처럼 초록도서관 주변은 온통 초록이다. 

가을의 붉게 물든 낙엽이 우리에게 고요함과 휴식을 예감케 한다면, 봄의 초록은 뭔가 새로 시도해봄 직한 도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길을 나선 사람들에게서 예전 소풍날의 설렘이 묻어나는 것은 단지 글 쓰는 이의 감정이 투사된 것일지도 모른다. 봄에는 다른 계절에 붙지 않는 수식어 ‘새’를 붙여 새봄을 축하하곤 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산천초목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 장해서일까.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새봄이라는 수식어에 담아낸 것일지 모른다. 

8개월여 만에 군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과 어둠이 깃든 밤 소풍정원을 걸어보았다. 불빛만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공원에서 고즈넉하게 밤공기를 마시며 거닐었다. 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초록빛은 어둠 속에 숨었지만, 봄날 저녁 살랑이는 바람결에 조용히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아름다웠다. 이런 휴식 같은 밤을 지나고 아침이면 나무들은 서서히 더 짙어진 초록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그러다 어느새 송창식의 노래처럼 초록에 지쳐 잠이 들 그런 여름밤도 오겠지. 

성경에서 맨 처음 언급되는 색깔도 푸른색(green), 곧 초록색이다(창 1:30). 성경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시 가운데 하나인 시편 23편은 ‘푸른 풀밭’이라는 목가적인 시어로 하나님의 돌봄을 받는 인생을 노래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2). 널리 알려진 예수님의 기적인 오병이어 사건을 기록하며 기록자는 사람들이 푸른 잔디 위에 앉았다고 그 색깔을 증언한다. “제자들에게 명하사 그 모든 사람으로 떼를 지어 푸른 잔디 위에 앉게 하시니”(막 6:39). 초록은 생명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고 백신 수급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 걱정이다. 백신 접종이 많이 이루어진 나라들에서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회복해 간다는 소식을 들으며 부럽기도 하다. 아직 우리에게는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더 심각한 확산을 막아오지 않았던가. 온통 초록빛 생명력으로 가득한 자연을 보며 언젠가 우리의 일상도 회복될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모두 연대의식을 가지고 방역에 협력해 갈 때 머지않아 우리 앞에 그날이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다. 어서 속히 우리 모두에게 그런 싱그런 초록빛 생명 세상이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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