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나 언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흔히 인용되는 말로, ‘내로남불’이라는 성어(成語)가 있다. 즉,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4자성어(四字成語)같기도 한데 실은 우리만이 사용하는 신조인 것이다. 4자성어는 원래 중국의 역사와 고전, 시가 등에서 유래된 것이고 지금도 4자성어집이 있어서 어떤 상황이나 감정, 사람의 심리 등을 묘사하는 한묶음의 단어로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 ‘내로남불’의 성어에 대한 유래를 찾아보았더니, 1984년도에 학생들 간의 농담에서, 로맨스(Romance)와 스캔달(Scandal)이라고 한 것이 잡지에 소개 되었고, 그 후 1987년에 이문열의 단편 <구로 아리랑>에도 나왔으며 1993년에는 책 제목으로도 사용 되었다 한다. 그리고 1996년에는 지금은 은퇴했지만 박희태 의원이 국회에서 이 말을 하였고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 된 것은  2000년대부터 이며 2010년 대 부터는 언론에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4자성어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아시타비(我是他非)도 있기는 하나 ‘내로남불’이 위선에 대한 풍자적인 표현이며 한자가 아니라 이해도 쉽고 더 현실감이 나는 것 같다.

이번 서울 시장과 부산시장 4·7 재·보궐 선거에서 양 쪽 다 야당 후보들이 압승을 한 반면 여당 두 후보는 참패를 했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여당에서는 참패의 원인을 두고 자체 분석한 결과 초선의원 50여 명의 토론에서는 일부의원들은 “검찰개혁에 빠져 민생에 소홀했다”, “내로남불로 일관하며 오만했다”,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국민 설득이 부족했다“는 등 자성이 쏟아졌다 한다. 그리고 각국 외신 기자들은 4·7 재·보선 결과에 대하여 ”내년 3월 대선의  바로미터“라며 주목했다한다. 외신언론 중에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내로남불(Naeronambul)을 소개하면서, 한국국민들이 비판하는 위선적 여권 인사들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내로남불’을 자기나라 말로 번역하지 않고 우리 말 그대로 로마자로 표현한 것이 이채롭다. 우리나라 말이 국제적으로도 직접 로마자로 표기된 단어가 여럿 있지만, 이 ‘내로남불’도 이젠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공용어가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로남불’은 위선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 뿐 결코 좋은 뜻을 가진 말은 아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내로남불’임을 의식하고도 가려서 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누구든 언행에 있어서 항상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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