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0년대 후반 용산에서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였다. 배속된 곳은 미8군 본부사령실의 직속 부대였다.

전반적으로 미군 측 사령관의 지휘 하에 있었고, 한국군 측으로는 카투사 한국군지원단장이 있었지만, 우리 부대 카투사들의 인사 행정을 직접 관리한 것은 인사과 행정관으로 온 모 상사였다.

인사계 행정관은 돈을 많이 밝히는 사람이었다. 3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그때도 행정관은 근무시간에도 시간만 나면 주식에다 부동산 투자하러 다녔으니, 아마 지금쯤 엄청난 갑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교회에 다니는 집사라고 했다. 어찌하다 그와 같이 식사를 하는데, 최근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를 옮겼다고 했다. 그가 원래 출석했던 교회는 작은 교회였는데, 그 교회는 건축을 위해 헌금을 따로 적립하고 있었다.

그는 담임 교역자를 찾아가 그 돈을 자기에게 맡겨주면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교역자는 헌금을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멍청한 교역자가 어디 있느냐고 비난을 했다. 그가 교회를 다른 데로 옮긴 이유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행정관은 인사비리도 저질렀다. 신병이 왔다. 분명 부산의 파견부대로 나갈 신병이라고 부대원들이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 집에 건 전화 한통이후 그의 보직은 용산 본사의 사령관 운전병으로 바뀌었다.

그는 세무관련 고위공직자의 자식이었다.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었지만, 당시 상병이나 병장정도 된 병사들끼리는 말이 많았다. 그 병사는 크고 작은 사고를 계속 일으켰다. 하지만 행정관은 어떤 징계도 하지 않고 그 병사를 감싸고돌았고, 혼나는 것은 선임병들이었다. 어떻게 교육을 시켰기에 그러느냐는 것이었다. 구타나 괴롭힘이란 것이 거의 없었던 우리 부대원들은 그저 좋은 말로 타이를 뿐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큰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사령관 운전병이던 그 병사는 팀 스피릿 비상기간에 사령관의 세단을 몰고 서울시내로 나가 여자친구를 태우고 음주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이 사건은 미8군 사령관에게까지 보고되었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 이미 행정관으로서 손을 쓸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한국군 인사과에서 일하는 병사의 말을 들으니, 그때 행정관은 상관들에게 원래 그 병사는 심각한 문제가 많았었다고 보고하며 자기 책임을 극구 회피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부대원들을 모아놓고서는 얼마나 그 병사 욕을 해대던지.  

행정관은 왜 그 모양이 되었을까? 돈의 노예가 되어서였을까?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9-10). 신앙조차도 성공과 부를 위한 수단으로 보고, 성공과 부를 믿음의 척도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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