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흥 논설위원
   ▲문석흥 논설위원
지인의 부음을 받고 조문을 하고 오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든다. 우리의 생활문화가 세월 따라 변해 가는게 어디 한두 가지이겠냐 마는, 망팔(望八)의 나이가 되다 보니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가 장례문화의 변화에 대해 유독 마음이 쓰인다.

지금부터 한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상을 당하면 보통 3 일장을 치르는데 집에서 치렀다. 그것은 마지막 운명은 반드시 집안에서 맞이해야 하고 밖에서 죽으면 객사라하여 집안에서 장례를 안치르는 것이 풍습으로 내려왔기 때 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장례의 모습을 어디서고 볼 수가 없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은 바로 장례식장으로 운구하여 안치실에 안치하고 빈소는 따로 있는 분향실에 차린다. 부고는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로 빠르게 전해진다.

조문도 입관 여부와 관계없이 빈소가 차려짐과 함께 조객이 오는 순서대로 하게 된다. 조문을 마친 조객들은 빈소 옆에 있는 넓은 식당 방에서 제복을 차려 입은 도우미들의 서비스로 빠르고 간결한 음식을 대하게 된다.

3일간의 조문 기간이 지나면 시신을 장지로 운구하여 장사(葬事)를 함에 있어서도 전에는 선산이나 공동묘 지에 매장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70%가 넘게 화장을 하며, 화장한 골분도 납골당에 봉안하거나 나무 밑이나 잔디에 묻는 자연장을 하거나 강이나 바다에 산골을 한다.

이렇듯 장사법이 급격히 변하게 된데는, 해마다 묘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여의도 면적만큼이나 늘어나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훼손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또 전통적인 조상숭배, 풍수지리 사상에 젖어 부유층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호화 묘소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야기했다. 거기다 요즘은 주거환 경이 대부분 아파트여서 전통 장례 방식으로는 도저히 집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의 장례식장도 처음에는 종합병원에 있는 시신 보관용 냉장고인 영안실을 이용한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전통장례법이 이 시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기에 90년대 후반 SK그룹 최종현 회장이 스스로 화장을 선택했고, 화장 및 장례시설 건립에 필요한 자금 500억 원을 세종시에 기탁해서 새로운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은하수 공원’을 조성했다. 또 고 노무현 대통령도 화장을 하는 등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이렇게 화장률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문제는 화장장, 장례식장, 납골당 등의 시설확충이다. 무엇보다도 시설지를 정하는데 혐오시설이라 하여 주민의 반대가 무척 심한것이다. 이런 님비현상에 부딪쳐 좀처럼 시설 확충이 어렵다 보니 도심권의 화장장은 초만원이어서 장례기간을 부득이 연장하는 경우도 생기고, 심지어는 타 지역 화장장에 가는 경우에는 화장비를 몇곱 더 지불해야 하기도 한다.

앞으로 수명 연장에 따른 노령 인구가 증가할 것을 예측할 때 장례시설의 확충은 시급한 문제이다. 이제 화 장장이나 장례식장, 납골당, 자연장 같은 장례에 관련된 시설은 우리의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불가결한 시설이다.

이웃 일본이나 유럽, 미주 등 여러 나라에 가봐도 도심 속에, 시골 마을 어귀에 묘지들이 공원화 되어 있어 혐오감은커녕 오히려 주민들과 친숙한 분위기다. 이제 우리도 장례시설에 대한 그릇된 의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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