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2월 20일자) 1면 한쪽에 ‘호랑이 학생주임’은 옛말, 아무도 안 나선다. 라는 제호를 보았다. 지난 시절 중•고등학교에 다닌 사람들은 학생주임 선생님 하면 여러 선생님들 중에서도 무서운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학생들의 규율을 잡는 책임을 전담하는 대표 선생님이시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학생들의 규율을 담당하는 부서로 ‘학생생활지도부’가 있다. 그래서 학생지도부에 보직을 받은 선생님들은 교과 지도 이외에 학생들의 규율에 해당하는 복장, 두발, 생활 태도 전반에 걸쳐 규율을 잘 지키도록 지도하며 위반 할 경우에는 교칙에 의해 벌도 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자연 두려움을 갖게 하는 선생님들이다. 

학교는 아직 이성(理性)의 발달이 미숙한 학생들이 있는 곳이기에 선생님들의 올바른 생활지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지난날의 선생님들은 학생들 앞에서 근엄하며 학생들의 그릇된 행동에 대하여 엄격하게 꾸중하고 때로는 매로 다스리기도 했다. 학부모님들도 선생님들의 이런 지도를 무조건 신뢰하고 심지어는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 때려서라도 나쁜 버릇을 고쳐달라고도 했다. 그래서 유순한 선생님 보다는 호랑이 선생님을 학부모님들은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시대에 와서는 선생님들의 생활지도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을 억압으로 다스리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여 자율기능을 개발시키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새로운 지도 방법으로 바뀌다 보니 그에 따른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나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체벌을 가한다던지, 좀 심하게 나무란다던지 했을 경우, 즉석에서 선생님에게 반항을 한다든가 심지어는 학부모가 학교에 직접 찾아와 해당 선생님에게 항의를 하거나 폭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상부기관에 진정을 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선생님의 편에 서서 옹호해 주는 힘은 없다시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학내 규율이 제대로 설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학생주임 보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학생들 사이에도 초•중등을 막론하고 유독 폭력성 있는 학생이 있다. 이런 성향의 학생은 저보다 좀 약하거나 만만해 보이는 학생에게 이유 없이 괴롭힘을 주거나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금품이나 학용품을 빼앗기도 한다. 당하는 학생은 그 학생의 폭력과 보복이 두려워 부모님이나 선생님한테 알리지도 못하며 늘 공포감 속에서 당하고만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도 훗날 성인되어 이성을 되찾고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지난 어린 시절의 철없이 행동 했던 일들을 다 잊고 다정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어린 시절의 그 못된 습관을 못 버리고 내내 폭력을 일삼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불량인 으로 살기도 한다.

요즘 국가대표급의 쌍둥이 여자 배구선수들이 중학교시절에 동급생 선수에게 한 폭력 행위가 문제되어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당했다 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쁜 버릇을 바로 잡아 주어야할 의무가 부모와 선생님에게 있다. ‘호랑이 학생주임’으로 아무도 나서지 않는 학교가 되어 간다하니 이러다가 호랑이 선생님이 없는 학교에 호랑이 학생이 생겨날까 봐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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