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픽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이 우리나라 개봉 5주차인 지금 관람객이 18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한번 관람으로 그치지 않고 다시 반복해서 보는 ‘n차 관람’도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병 때문에 잔뜩 얼어붙은 영화계에 이런 정도의 흥행은 놀랍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인 ‘조 가드너’는 음악교사이다. 뉴욕 어느 중학교의 음악밴드를 지도하는 계약직 교사였던 그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는 말에도 그다지 기쁘지 않다. 그가 평생 꿈에도 그려왔던 소망은 따로 있었다. 최고의 재즈 밴드와 함께 클럽에서 연주해 보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결국 최고의 밴드와 함께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는 꿈을 이룬다. 더구나 밴드의 상설 연주자로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무언가 허전하다. 성공적인 첫 연주를 마치고 나온 그는 밴드의 리더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제 다음엔 어떻게 되죠?” 들은 대답은 이것이다. “내일 돌아와서 오늘처럼 똑같이 반복하는 거지”

주인공은 자기가 꿈꾸어왔던 대단한 성공이 이루어져야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그것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 꿈의 성취도 반복되면 결국 일상이 되고, 그동안 지루하게 생각해왔던 것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음을 깨닫게 한다. ‘처음’이 반복되어 ‘일상’이 되면 타성에 젖어버리는 우리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처음처럼”이라는 각오를 새롭게 해보기도 한다. 

필자는 영화 ‘소울’이 던지는 메시지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말하려는 것이 인생에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삶의 철학이라면 반대한다. “내일은 없다, 오늘을 즐겨라!”가 현대 젊은 세대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스러운 지금이다. 그만큼 오늘을 살아내기도 팍팍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말하는 대로 내일의 꿈 때문에 오늘을 불행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데에 동의한다.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행복한 것이 좋다. 거창한 성공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소중하다. 소소하다고 시시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며,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지금 여기’ 내 주변에서 찾아가라고 속삭인다.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다.

늘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소홀히 해도 되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익숙한 것들을 조금은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해보자.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늘 하는 일들에서 말이다. 다시 새 봄이 찾아왔다. 꽃샘추위도 결국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해마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돌아오는 익숙한 봄.

그러나 무덤덤하게 맞이할 수도 있는 새 봄이 누군가에게는 가슴 설레는 별다른 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새 봄을 기다리면서 작은 일상에서 따뜻한 행복을 찾아보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