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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봄
권혁찬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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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03  11: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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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 펄 내리는 눈이 마냥 즐겁지만은 못한 듯하다.

한해의 시작을 축복하는 축하 세리머니 같은 폭설이라서 그런지 낯설고 야릇한 생각도 하게 된다. 시절의 첫 절기인 입춘을 앞두고 있어서 일까?

기나긴 역병의 공포에서 아직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호령하듯 불어 닥치는 눈보라가 두렵다. 봄을 재촉 하는 건지 질책 하는 건지 모호한 시간 속에 계절이 흘려버린 식은 땀 같은 생각이 든다. 바람마저 짓궂은 속도로 뺨에 와 부딪치는 느낌이 애절하게 여겨진다.

차창에 덕지덕지 와 달라붙는 젖은 눈덩이들을 쓱쓱 밀치며 서둘러 차 안으로 드는 데 차 창 밖 시야가 좁아지고 아직 얼지 못한 눈 들이 녹아내리면서 앞길을 더디게 한다.

역경 속에 핀 국화의 절개처럼 새로이 피어날 봄꽃들에게 꿋꿋하게 한 시절을 지켜 달라는 당부 일거라 생각을 해 본다.

시기처럼 질풍을 날려 봄을 통보하는 일기들도 미안함이 가득한 심사일 것이다.

한참동안을 서성이듯 차를 출발시키지 못하고 있다가는 선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일어나듯 집을 향해본다. 질척한 도로의 울음소리가 타이어를 움켜쥐고 앙탈 하는 듯 소란하게 들린다.

세차게 불어오는 칼바람은 무언가를 향해 질책하듯 손가락질을 하고 도망치듯 사라진다.

그 뒤로 진눈깨비들이 줄지어 따라가는 것처럼 끌려가고 있다.

나도 알 수 없는 시 공의 시나리오에 떠밀려 봄의 장막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옛 말에 시절은 속일수가 없다 했다.

겨울과 봄을 중재할 입춘이 우리 앞에 버티고 서서는 짓궂은 듯 허세뿐인 눈발들을 잠재울 것이다.

겉은 차지만 속은 포근한 봄바람으로 변해 그간의 횡포를 사과할 날이 멀지 않았다.

세상이 노랗고 붉어지기 시작하면 서툴렀던 진눈깨비들의 만행도 세상밖에 낱낱이 드러날 것이고, 허울뿐인 거짓 시샘 이었다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부끄러웠던 지난날의 행각들은 염치없이 자리를 감출 것이고, 달콤한 꽃비가 내려와 지난날을 사과하듯 꽃들을 채근할 것이다.

지금 험상궂었던 이 눈보라가 오히려 새봄의 원천이 될 것을 안다. 조금만 참고 견뎌보자.

혹한의 눈보라도, 세상의 부스럼들도, 봄눈 녹듯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풍상에 꺾이지 않고 기어이 피고 마는 들꽃의 절개처럼 고개를 들고 새날을 호흡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으며, 앞길을 가로막는 눈 더미들을 저만치 밀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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