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시작한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한 달을 무심히 보내고 어느새 2월을 맞았다. 그리고 입춘! ‘입춘’(立春)이란 봄이 들어선다는 뜻으로,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입춘이 되면 옛 선조들은 집집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서 문에 붙여 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봄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니 큰 행운이 있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았다. 이것은 새 봄에 대한 기대와 희망과 함께, 역으로 매서운 겨울을 변변한 난방장치도 없이 견뎌온 우리네 조상들의 고단한 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것이었다.

옛 사람들은 엄동설한 매서운 칼바람에도 따스한 봄이 올 것을 기다리며 시린 겨울을 참아내었다. 각종 보온과 난방 기구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 지금, 그러나 우리는 참 오랫동안 시린 겨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여전히 마음이 추운 이웃들이 주변에 참 많다. 이 시련의 겨울은 언제나 끝이 날 것인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빨리 종식되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다 집 안으로 들어와서도 한참이나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예전만큼 답답하지는 않다. 무심코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아차! 마스크를 안 하고 나왔네”하고 급히 들어가다 본 주변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몇 해 전에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얼마나 이상했을까? 그런데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많이 뒤흔들어 놓았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거기에 맞추어 살아가는 적응력을 길렀다. 돌아보면 우리 민초들에게는 그 험한 일제강점기에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엄혹한 군부독재 속에서도, 고통스러운 외환위기 때에도 시리고 추운 시간들을 꿋꿋하게 버티는 끈기가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을 마음에 그리며 조금 더 힘을 내서 이 고난의 터널을 지나가야 할 것이다.

언젠가 코로나 집단 면역이 형성되어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정경을 마음에 그려보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다보면 그날이 선물처럼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코로나가 초기에 종식되기를 기대했던 지난해 입춘, 그리고서 일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맞이한 입춘. 아직도 우리가 기다리던 훈풍은 언제 불어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는 많이 단련이 되었고 위기를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작년의 입춘과 올해의 입춘은 그래서 다르다. 

너무 오래 지속된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이들이 지쳐있다. 위로와 격려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연대의 마음으로 우리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와 덕담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이제 봄의 따스한 기운이 감돌아 큰 복이 있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수 있기를 빌어본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