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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서서
유영희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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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27  11: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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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지인의 농막을 다녀왔다. ‘인적이 드문 곳’이란 속뜻을 알았다.

‘사방이 사린(四隣)이다’는 이웃이 많다는 뜻이다. 정작 우리 사회는 갈수록 계산적이고 시비를 거는 분노의 한방에 차있어 진정한 친구 찾는 일이 불능인 시대다. 은근히 적대에 물든 이기적 마음을 버리고 맑은 눈으로 다가와 바라본 산야는 나무와 나무가 너무 다정하고 평온해 보인다. 그 곁 스치는 바람을 묻는 안부도 부드럽다. 

대한(大寒) 추위가 무색하도록 낮 기온이 봄날 같아 방전된 내 몸은 빛과 유영한다.

파란하늘 소나무 위 낮게 나는 백로와 노랑머리통멧새, 이 나무 저 나무 가지를 옮겨 노니는 참새 무리 모습이 유쾌하고 귀엽다. 전날 내린 눈이 녹으며 드러난 부드러운 땅은 온통 지칭개 나물 지천이다. 독성 가진 저 나물을 삶아 우려내 무치거나 된장국 끓여 먹으면 파릇한 계절이 빨리 올까.

집밖을 나온 일이 그 얼마만인가. 집과 직장 안에서 입을 막고 사는 우리 모습이 저 나무와 새만도 못 하게 되었다. 끊임없이 싸우고 시기하며 욕심 가득한 삶 살고 있으니, 조락의 빛깔 어디에서 보랴. 

먹어가는 나이를 덜어내고 싶어 어렵게 간택한 시간이다. 새해에 다짐한 새 마음, 새 출발은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되어가고 있다.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라 했으나 사실 그런 마음이 아닌, 심지 박약한 인간 의지가 문제다.

버드나무가 있는 작은 호수에 올라 두텁게 언 호수를 덮은 흰 눈을 밟는다. 눈은 가만히 덮이고 우리는 눈을 뭉쳐 던지며 새처럼 가벼운 음표를 찍고 논다. 어른과 동심이란 그림동화가 뭉치고 사람과 자연이 합체된 아름답고 편안한 신비의 연주를 마음으로 듣는 혜안을 본다.

이 꽃과 새들은 어디서 오는가. 이 나무와 공기와 구름은 어지서 오는가. 별과 모래와 행성들은.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오는가. 지금을 어떻게 사는 가가 다음의 나를 결정한다. 

매 순간 우리는 다음 생의 나를 만들고 있다. 모든 생애 단 한 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일기일회]법정스님

논리와 논증 없이 살고 싶다. 프로스트의 두 갈래 길을 두고 후회하는 길이어도 좋다. 겨울 호수에 서서 사방이 사린인 다정한 사람만을 포근히 덮어도 좋은 겨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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