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지인의 농막을 다녀왔다. ‘인적이 드문 곳’이란 속뜻을 알았다.
대한(大寒) 추위가 무색하도록 낮 기온이 봄날 같아 방전된 내 몸은 빛과 유영한다.
파란하늘 소나무 위 낮게 나는 백로와 노랑머리통멧새, 이 나무 저 나무 가지를 옮겨 노니는 참새 무리 모습이 유쾌하고 귀엽다. 전날 내린 눈이 녹으며 드러난 부드러운 땅은 온통 지칭개 나물 지천이다. 독성 가진 저 나물을 삶아 우려내 무치거나 된장국 끓여 먹으면 파릇한 계절이 빨리 올까.
집밖을 나온 일이 그 얼마만인가. 집과 직장 안에서 입을 막고 사는 우리 모습이 저 나무와 새만도 못 하게 되었다. 끊임없이 싸우고 시기하며 욕심 가득한 삶 살고 있으니, 조락의 빛깔 어디에서 보랴.
먹어가는 나이를 덜어내고 싶어 어렵게 간택한 시간이다. 새해에 다짐한 새 마음, 새 출발은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되어가고 있다.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라 했으나 사실 그런 마음이 아닌, 심지 박약한 인간 의지가 문제다.
버드나무가 있는 작은 호수에 올라 두텁게 언 호수를 덮은 흰 눈을 밟는다. 눈은 가만히 덮이고 우리는 눈을 뭉쳐 던지며 새처럼 가벼운 음표를 찍고 논다. 어른과 동심이란 그림동화가 뭉치고 사람과 자연이 합체된 아름답고 편안한 신비의 연주를 마음으로 듣는 혜안을 본다.
이 꽃과 새들은 어디서 오는가. 이 나무와 공기와 구름은 어지서 오는가. 별과 모래와 행성들은.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오는가. 지금을 어떻게 사는 가가 다음의 나를 결정한다.
매 순간 우리는 다음 생의 나를 만들고 있다. 모든 생애 단 한 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일기일회]법정스님
논리와 논증 없이 살고 싶다. 프로스트의 두 갈래 길을 두고 후회하는 길이어도 좋다. 겨울 호수에 서서 사방이 사린인 다정한 사람만을 포근히 덮어도 좋은 겨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