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등학교 6학년생인 갑의 아이는 얼마 전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지나가던 30세 정도의 여자를 치어 넘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피해자는 허리가 약간 아플 뿐 별다른 증상은 없다고 하여 갑은 치료비로 얼마간의 돈을 주고 일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피해자의 남편이 전화를 하여 피해자가 사고 후 계속적으로 통증을 느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면서 고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였습니다. 피해자의 남편은 만일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갑이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면 갑의 아이는 처벌을 받아야 하나요? 미성년자인 자녀의 행위에 대하여 부모가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나요?

 
<해 설>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녀의 행위로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감독할 법정의무있는 친권자로서 부모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 형법 제9조는 “(만)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초등학교 6학년이면 만 12세 또는 13세 정도의 연령이므로 갑의 자녀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해배상의 책임은 부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법상으로는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미성년자 본인에게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나(민법 제753조), 그 무능력자를 감독할 법정의무있는 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됩니다(민법 제755조 제1항). 여기서 “무능력자를 감독할 법정의무있는 자”란 통상 친권자로서의 부모를 의미합니다. 한편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란 자신의 행위가 위법함을 알고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의 내용과 불법행위자의 지능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나, 우리 판례상으로는 만 13세 5개월과 만 14세 2개월된 미성년자에 대해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을 참고해 본다면 이제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어린 나이의 학생에 대해서는 “책임변식지능”이 없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무능력자를 감독할 법정의무있는 부모에게 그 책임이 인정될 것입니다.
 
설사 위 어린이에게 책임변식 지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될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갑은 집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에 대하여 감독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민법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 규정에 의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 그러한 감독의무위반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피해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18세 남짓한 미성년자가 부모와 동거하면서 운전면허가 없음에도 가끔 그의 숙부 소유의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례에서 “부모로서 미성년 아들이 무면허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방치한 과실이 있고, 이 과실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여 부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부모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의 액수에 대해서는 다투어 볼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피해자가 사고 도로를 걸어다니면서 한 눈을 팔았다든지 하는 사정이 있다면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 전부터 허리가 계속 아팠는데 자전거 사고로 악화되었다고 하면(이른바 “기왕증”) 그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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