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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거冬安居
유영희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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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2  13: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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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중을 허공이라 한다. 모든 것을 비워내고 적막하고 고요해진 허공과 지상에 머물다 떠난 그림자를 본다. 

 
출근길에 늘 바라보던 커다란 느티나무가 빈 몸이 되었다. 검게 야윈 가지에 멧비둘기 한 마리 앉아 있다. 동그란 두 눈동자 흔들리지 않고 무심하다. 견뎌야 할 시간의 무게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사철나무는 사시사철 푸르지만 세상 모든 나무들이 어두워지는 것은 아니다. 회양목은 작은 잎을 오므려 바람의 틈을 막는다. 철쭉과 영산홍 꽃나무도 모든 허무함 아래 검은 열매 안고 있는 진초록 맥문동을 살피고 있어 슬픔이 옅다. 묽고 연한 마음은 모든 생물이 가진 숙연한 도록 같아 편안해진다. 나무와 풀들이 내생의 환희를 꿈꾸기 위해 가진 낮고 고요한 적막은 누구도 깰 수 없는 자연불변의 법칙이다.
 
해마다 일터로 가는 길목에서 나무들의 생애를 관람한다. 작은 화단에 산수유가 몇 번의 꽃을 피우고 졌는가. 모든 나무들이 야윈 갈비뼈를 보일 때 우연히 바라본 산수유는 진홍빛 루비를 연상케 한다. 눈이 내리고 겨울비 내려도 빛나는 유일한 나무 보석인 열매를 바라보며 지루한 겨울을 이겨내는 강렬하고 고운 빛이다. 먹이가 부족한 직박구리가 이곳에 터를 잡으면 봄까지 그 열매를 먹을 수 있으니 누구에게나 난생을 견디게 하는 묘수는 있는 법이다.
 
점점 삶이 고달픈 세상이다. 일상이 주었던 소중한 행복을 잃어간다. 1단계에서 1.5단계, 2단계 격상과 함께 (00지역) 000번 확진자 발생, 무더기 확진, 역학조사, 동선파악, 거리두기, 방역수칙 준수와 시행, 소독, 비대면, 온라인, 자제, 당부, 중지, 중단과 같은 감성 없는 단어와 숫자들이 현세를 잠식하고 범람한다. 
 
사람살이가 규제와 규칙이란 범주를 지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산천초목이 다 안거에 드니, 우리의 속성도 자제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행복하게 살다가는 것도 자연이 허락한 거룩한 순서다. 나와 타인 그 누구든 균등한 공식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자신’은 소중하다. 소중한 자신은 자신의 법률상 이름처럼 명사가 되어도 좋고, 형용사가 되어도 좋다. 날마다 생명이란 개연성과 아픈 감정이 파괴되는 현실을 보며, 치유의 흰 눈이 기다려진다.
 
눈송이가 펄펄 내리는 동안거를 보내면 또 수상한 꽃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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