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학부모 갑은 자신의 아이를 맡고 있는 담임교사로부터 촌지를 요구하는 듯한 내용의 전화를 받고 화가 나서 다른 학부모 을에게 전화를 하여“A중학교 선생들은 모두 다 저질들로 뇌물 안 받아 먹은 사람이 없다”고 허위의 사실을 말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갑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게 되나요?

<해설>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습니다.

형법상의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성립합니다(형법 제307조 제1항,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물론 그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라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처벌받게 됩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세분하여 설명하면 우선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므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욕설”을 한 경우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이 때는 형법상의 모욕죄 - 형법 제311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 가 성립합니다). 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므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들을 수 있는 상태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였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특정의 소수 사람들에게 말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특정의 소수 사람들에게 말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교 선생의 비리를 학교 교장에게 말한 경우에는 그 학교 교장이 이를 타인에게 전파할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사례의 경우 동료 학부형에게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을 말하였으므로 충분히 전파가능성이 인정되어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어떠한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단체나 집단 전체라고 할 경우에도 과연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는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그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한 것임을 요하고, 다만 서울시민 또는 경기도민이라 함과 같은 막연한 표시에 의해서는 명예훼손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지만, 집합적 명사를 쓴 경우에도 그것에 의하여 그 범위에 속하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면 이를 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95도5407 판결)”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 있어서도 갑이 A중학교 선생들이라고 집합적으로 표현하였지만, A중학교 교사들의 규모가 비교적 작고 그 구성원이 특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갑의 위와 같은 표현은 A중학교 교사 전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갑의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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