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나라와 영국의 아편전쟁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그 중심에 한 인물이 바로 임칙서라고 하는 사람이다. 임칙서는 중국의 복건성 사람으로 아버지가 과거에 실패하고 고향에서 학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에 합격했고 지방에 관리로 부임하여 근무성과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특히 그 지역의 아편을 근절하는데 공을 세우면서 황제가 그를 높이 평가하여 1838년 아편을 근절하기 위한 흠차대신으로 광동에 파견하였다.
당시 청나라는 영국에서 아편이 대량으로 유입되어 그때까지의 무역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원래 청나라는 자급자족의 경제체제였기 때문에 영국의 모직물이나 인도산 면화 제품에 관심이 없었고 중국 시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영국의 은이 중국으로 들어와 영국의 재정을 압박하였기 때문에 아편을 수출하여 무역역조를 타개하려고 하였다.
당시 아편은 육체노동의 하층민들과 사대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중국인들은 아편에 중독되어 갔다. 지금도 중국이 마약에 대해 예외없이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얼마 이상의 아편을 소지할 경우 국적을 막론하고 사형에 처하고 있는데 그 역사적 배경에는 아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청나라는 아편의 밀무역을 막기 위해 1838년에 임칙서를 광저우로 파견한 것이다. 임칙서는 광저우에 도착하자 두 장의 공고문을 붙였는데 하나는 항구를 불태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편을 단속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임칙서는 아편 단속령을 내려 금지령을 위반한 1600명을 체포하였고 영국 상인들과 교환하여 얻은 아편 2만 8천근을 석회에 섞어 바다로 폐기해 버렸으며 영국의 상인들이 항의하였으나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영국 상인들은 청나라가 자신들의 화물을 강제로 빼앗고 압박한다는 이유로 영국 의회에 군대를 파견할 것을 요구하였다. 상인들의 로비로 당시 파머스턴 의장은 영국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표결에 붙였는데 전쟁의 찬성이 271표였고 반대가 262표였다.
1840년 5월 인도양 각지의 영국 해군이 싱가포르에 모이고 6월 15일에 광저우 앞바다에 도착했다. 원래는 광저우를 공격하려고 하였으나 임칙서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자 영국의 해군은 북상하여 북경과 가까운 천진으로 진격했다. 이때 전쟁도 해보지 않고 청나라 황제는 임칙서를 질책하고 파면하였다.
당시 해외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청나라 황제는 서양의 오랑캐에게 조공품과 은을 넉넉하게 차비로 주어서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영국은 배상금과 홍콩의 할양을 요구하였는데 청나라는 영토를 떼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여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다.
1841년 1월 영국의 네메시스 호가 월등한 화력으로 청나라 해군을 완파하자 청나라는 영국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본격적인 아편전쟁이 시작되었다. 영국은 약 1만명의 군대로 양자강 입구에 있던 영파항을 공격하였고 남경과 가까운 진강을 점령하였다. 이때 영국군은 거의 사망자가 없었으나 청나라의 피해는 엄청났고 성을 지키던 성주는 자살하기까지 했다.
드디어 중요 거점 도시인 남경이 함락되려고 하자 청나라는 영국과 조약을 체결하는 것에 동의했다. 1842년 8월 29일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남경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를 통해 영국은 홍콩섬을 할양 받았고 상하이와 광저우가 개방되게 되었다.
남경조약은 중국 최초의 불평등 조약이었고 이를 계기로 유럽의 많은 열강들이 이와 유사한 조약을 체결하여 중국은 점차 반식민지의 국가로 전락하게 되었다. 특히 전쟁 배상금으로 1,200만 달러와 몰수한 아편의 배상금으로 2,100만 달러를 지급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청나라의 재정은 고갈되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였다.
가혹할 만큼의 높은 세금 징수로 결국 곳곳에서 청나라 조정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게 되었으며 아편전쟁과 남경조약으로 청나라는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