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황혼’ Twilight 을 듣는다.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은 기타 곡 중에서 명곡으로 기타 연습곡으로 자주 들을 수 있다. 


내 작은 아들은 기타를 좋아한다. 열 두살이 되면서부터 기타 선율에 끌렸었나보다. 일렉 기타를 사달라고 조르더니, 통기타를 주문한다. 지금은 베이스기타까지 가진 기타리스트이다. 
 
가을학기가 끝나고, 아들은 기차를 타고 대구 방천시장에 다녀왔다. 짧게나마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기차표를 예매한다. 외삼촌과 김광석 거리를 황혼까지 헤매다 와서는 그 허기로 희고 긴 손가락으로 기타줄을 튕긴다.  
 
나이 스물 셋, 푸른 기가 가시지 않는 우울함이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구푸리고 구푸리다 구부러진 등뼈로 악보를 읽는다.
 
이번에는 로망스, 스페인 민요로 영화 ‘금지된 장난’ 주제 음악으로 처음 만났던 반가운 선율이다. 민요답게 멜로디 자체가 단순하고 감미로와 기타 연주로는 제 맛이다. 악보를 읽으며 손가락은 여섯 줄 위에서 자유롭다. 
 
오래 연습하다 보면 줄이 느슨한 데를 알아 줄을 조율해야한다. 악기점으로 기타를 메고 걸어가는 뒷모습은 늦가을과 한 청년이 풍경으로 스케치된다.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인위적으로 깔린 딱딱한 프로그램에는 속지 않아야지, 답답한 자본주의 세상에서도, 자연이 들려주는 숨소리와 태양에게 친절해야지 하는 낙엽의 속삭임을 듣는다. 
 
그믐달과 그 옆에 반짝이는 큰 별 하나,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켜온 밤하늘 별들이 오늘 저녁엔 평안한 오랜 친구 같다.  어두울 동안의 큰 위로로 우리를 위하여 켜있다.  
 
한 걸음 한 걸음 겨울로 들어가지만, 우리에겐 고마운 음악이 별처럼 펼쳐 있으니, 눈 내리고 꽃이 피기 전에 조금 더 자유로워져야지.
 
궁중 악사의 손가락 사이에서 뜯겨지는 숨결이
달과 해 오동나무와 기러기를 붙잡아
명주실에 꿰어서 온다
 
- 최와온의 시 <탄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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