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2015년 개봉작인 영화 <대니 콜린스>를 보았다. 늦가을 감성에도 잘 어울리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대니 콜린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영화인데, 알 파치노가 연기한 영화 속 주인공은 대중의 인기를 등에 얹고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아가던 슈퍼 록(Rock) 스타 ‘대니 콜린스’이다. 그는 월드 투어 공연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 자신보다 40살이나 어린 애인을 거느리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삶의 긴장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마약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인 '프랭크'로부터, 자신의 음악적 우상이었던 세계적인 가수 존 레논이 34년 전 자신에게 보낸 친필 편지를 전달받는다. 젊은 시절 음악계의 떠오르는 신인으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된 대니가 잡지 인터뷰에서, “발매한 앨범이 대박이 나서 부자가 된다면 자신의 음악에 악영향을 줄 것 같아 두렵다”고 한 기사를 존 레논이 읽고 써 보낸 편지였다. 음악의 대선배로서 “부와 명예를 얻게 되어도 당신의 음악을 잃지 말라”는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담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존 레논의 편지는 대니 본인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34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것을 읽게 된 것이다. 대니는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존 레논의 기대를 담은 조언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이렇게 한탄한다. “그 편지를 제때 받았다면 어땠을까? 내 인생 자체가 달라졌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결심한다. “더는 시간 낭비 안할래” 이 영화는 대니가 존 레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그동안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뒤늦게 전달 받은 편지 한통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영화 말미에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스티브 틸스턴의 인터뷰 영상이 담겨 있다. 
 
이 영화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마음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음을, 나에게는 쉬운 말이었을지라도 상대방에게는 많은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절실한 한 마디였을 수 있음을 웅변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일까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영화 속 대니가 자신의 잘못 살아온 과거에 대한 한탄으로 끝내지 않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는 각오로 하나씩 바로 잡아가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만약 그때 이랬었더라면...”식의 뒤늦은 후회와 자책(second-guess)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책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거는 바꾸지 못해도 미래는 기회가 있다. “더는 시간낭비 안할래”라는 말이 우리의 언어로 남기를 바란다. 
 
기독교인을 부르는 가장 소중한 단어중 하나가 ‘성도’(saints)이다. ‘거룩한 자들’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신자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거룩과는 거리가 있는지를 알기에 그 이름이 부끄럽고 과분하다. ‘성도’라는 말에는 하나님의 기대와 열심이 담겨있다. 지금은 못난 모습이지만 조금씩 변해가게 될 미래를 마음에 그리시며 신자를 그렇게 부른다. 그런 기대로 신자를 끝까지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손이 있기에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아주 넘어지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누군가의 끝없는 기대와 격려 속에 살고 있음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당신은 누구의 기대와 격려에 힘을 얻으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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