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해서 거북이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면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뒷이야기를 아는가? 거북이의 놀라운 승리를 축하하는 잔치가 숲에서 벌어졌다. 동물의 왕이라 하는 호랑이부터 각종 짐승들이 모여 거북이를 축하해 주었다. 그날 주인공은 단연 거북이였고, 토끼는 저 멀찍이 떨어져 패배자의 설움을 맛보아야 했다. 

 
그런데 큰 사단이 벌어졌다. 갑자기 호랑이가 복통을 일으켜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었다. 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아주 멀리 있었다. 급히 회의가 소집되었다. 안건은 ‘누가 빨리 가서 호랑이를 구할 약을 구하느냐’였다. 모든 시선이 오늘 경주에서 승리한 거북이에게 쏠렸다. 거북이는 호랑이를 구할 약을 구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거북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러다 호랑이가 죽겠다는 생각에 동물들은 차선책을 강구했다. 오늘 패배한 토끼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자고 누군가가 제안했다. 의기소침해 있던 토끼는 신이 나서 자신에게 기회를 준 동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달려가 거북이보다 먼저 약을 구해 돌아왔다
 
이것이 다 우화(寓話)라는 것을 잊지 마시라. 이 우화와 관련하여 성경 속 인물 둘을 비교해 본다. 성령의 영감을 받아 복음서를 기록한 누가와 마가이다. 누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했고, 마가는 마가복음을 기록했다. 누가는 본래 의사 출신이었는데 그에 대한 성경의 기록이 많지 않다. 다만 그가 예수를 구주로 믿기 시작한 이후 그는 사도 바울을 그림자처럼 보필하면서 꾸준히 복음 사역을 위해 마지막까지 수고했음을 알 수 있다. 
 
마가는 예수님의 제자들 120명이 함께 모여 기도할 만큼 큰 다락방을 소유했던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마가는 그의 숙부였던 바나바의 추천으로 사도 바울 등과 함께 해외선교팀에 합류하여 전도여행을 했다. 하지만 여행이 힘들다고 도중에 팀을 이탈하여 혼자 돌아와 버렸다(사도행전 13:13). 얼마 있지 않아 제2차 전도여행팀을 꾸리게 될 때 바나바는 마가를 다시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자고 했지만, 사도 바울은 이를 완강히 반대했다. 결국 서로 격렬한 갈등이 일어났고, 팀이 쪼개져 따로따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사도행전 15:36-41). 팀의 리더인 사도바울의 입장에서는 힘든 여정을 함께 해야 하는데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도 바울의 말년에 그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보면 마가가 자신에게 유용한 사람이라 부르며 그를 데려오라고 한다.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고....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느니라. 네가 올 때에 마가를 데리고 오라 그가 나의 일에 유익하니라”(디모데후서 4:10-11). 기독교 신앙으로 여러 가지 박해를 받던 시기에, 어떤 이는 신앙을 저버리고 세상으로 나갔지만, 마지막까지 바울 곁에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누가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회복되어 유익하게 되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마가이다. 
 
세상에는 거북이나 누가처럼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성실하게 하는 꾸준한 사람이 있다. 반면 토끼나 마가처럼 실패했지만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노력하여 신뢰를 회복하는 사람이 있다. 당신 늘 꾸준한 사람인가? 아니면 비록 실패했지만 다시 일어나 심기일전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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