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시절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정리정돈을 잘 하자”였다. 사전적인 정의로 ‘정리정돈’은 “주변에 흐트러진 것이나 어수선한 것을 한데 모으거나 둘 자리에 가지런히 함”이다. 아무런 규칙도 없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는 것을 한 데 모으고, 또 그것을 두어야 할 자리에 가지런히 해 놓는 것이다. 

 
며칠 전 어떤 분에게서 ‘정리’는 당장 필요 없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고, ‘정돈’은 쓸 것을 잘 쓸 수 있도록 제 자리에 가지런히 놓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들었다. 얼마나 정확한 구분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는 그 말에 공감했다. 
 
우리에게는 정리도 필요하고 정돈도 필요하다. 어느 집이나 쓰레기는 있기 마련이다. 깨끗한 집과 더러운 집의 차이는 쓰레기가 쓰레기통에 제대로 들어가 있느냐, 밖에 나와 있느냐의 차이다. 계절이 바뀔 때 계절에 맞는 옷을 잘 찾는 집과 그렇지 못한 집이 있다. 정리정돈의 차이다.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들이 뒤섞여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면 정작 써야 할 것을 찾지 못해 제때 쓰지 못하게 된다. 정리정돈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삿짐을 싸다보면 우리에게 쓰지도 않은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실감한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과감히 버린다. 하지만 나중 쓸 데가 있을 것이라는 미련으로 모아두게 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컴퓨터가 오래되면 점점 느려지고 자꾸 오류가 발생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초기화시키고 다시 필수적인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과 필요 없는 프로그램을 구분하고 정리하면 한결 낫다. 
 
정리정돈이 필요한 것이 어찌 물건뿐이랴! 인생사에도 정리정돈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에도 때론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가끔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이나 카톡 명단을 정리해본다. 잠깐 필요해서 저장했는데 오랫동안 자리만 차지한 불필요한 연락처부터, 늘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 그리고 새삼 근황이 궁금하거나 챙겨야 했음에도 잊어버린 사람들을 찾게 된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삶의 부분들, 정말 소중한 인간관계를 가꾸는 일들도 정리정돈의 한 부분이다.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해보고, 내 인생의 중장기 계획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나는 가고 있는 것인가? 방향도 목표도 없이 달려만 왔다면 한번쯤 내 생활을 정리정돈해볼 필요가 있다.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간이다. 올해가 10주도 채 남지 않았다.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 겨울 채비를 해야 하고, 또 서서히 연말을 준비해야 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내가 게으른 자의 밭과 지혜 없는 자의 포도원을 지나며 본즉, 가시덤불이 그 전부에 퍼졌으며 그 지면이 거친 풀로 덮였고 돌담이 무너져 있기로, 내가 보고 생각이 깊었고 내가 보고 훈계를 받았노라”(잠 24:30-32). 내 삶에는 잡초와 가시덤불로 덮이듯 무질서해지고 무너진 돌담과 같이 허물어진 영역은 없는가?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