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거주하시는 올해 80이 넘으신 갑의 아버님은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고향에 작은 임야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갑의 아버님은 갑에게 그 토지를 3천만원에 팔았다고 하였습니다. 갑은 갑의 아버님이 원래 토지 시세를 잘 모르시는 분이고 하여서 갑이 확인을 하여보니 현재 그 땅은 시가가 3억원이 넘는다고 하였으며, 매수인은 갑의 아버님의 무지를 이용하여 급하게 토지를 매입할 생각이었던지 계약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하고 바로 다음 날 중도금 2억원까지 지급하는 등 서둘러 계약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갑으로서는 아버님이 힘들게 마련한 땅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것이 억울한 마음에 매수인을 찾아 가 돈을 모두 돌려줄 테니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하자고 하였으나 매수인은 그럴 수는 없다고 완강히 거절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토지매매계약을 무효로 불 수 없나요?

<해설> 아버님과 매수인 간의 매매계약은 무효로 볼 여지가 많습니다.
 매매계약이 시가보다 낮다는 이유만으로 매매계약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수하였다면 이는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써 무효입니다(민법 제104조, 86다카104 판결). 그런데 갑의 아버님은 농촌에 거주하는 고령의 노인으로 시가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토지를 매도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는 무경험 또는 경솔하게 시가를 알지 못하고 불공정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민법 제104조에 의하여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피해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알고서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악의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사정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하여야 합니다(위 판결 참고). 그러나 이러한 “악의”는 사람의 내심의 의사이므로 어지간해서는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계약 당시의 재판 사정을 통하여 그러한 “악의”를 증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안과 같은 경우 특별한 이유없이 계약금으로 매매대금의 3분의 1 이상을 지급하고 다음 날 중도금을 지급하였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거래라고 할 수 있으므로(중도금을 지급한 이상 계약을 해제하기가 곤란해집니다) 이러한 사정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경솔함이나 무경험을 이용하려고 하였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91다40351 판결 참조). 다만 이런 사정만으로 매수인의 악의가 완전히 증명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그 외에 다른 사정들을 충분히 확보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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